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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사태 1년…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업들] 현대제철

"발상 바꿔야 시장 잡는다"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 박차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의 친환경 설비인 밀폐형 원료저장장치에 첫 원료인 브라질 발레사의 철광석이 하역되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 기회를 만든다' 현대제철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고 있다. 1년 전 리먼 사태를 시작으로 글로벌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후 세계적인 철강업체들은 잇달아 투자를 축소하고 기존 사업 매각에 나섰다. 미국 발 금융위기로 자동차, 가전 등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생존'이 지상명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당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에 오히려 박차를 가했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관계없이 당초 계획에 맞게 공사를 진행하도록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경제위기를 넘기기 위해 몸을 움츠리는 경쟁 기업들과 달리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회복기에 반전을 노리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대제철은 친환경 밀폐형 원료저장장치 건설 등을 당초 예정대로 진행하는 등 설비건설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밀폐형 원료저장장치에 첫 원료 하역에 성공하는 등 부분적인 시스템 운용에도 성공했다. 이에 따라 당진 일관제철소는 당초 계획대로 오는 12월 후판공장을 가동하고, 내년 초 제 1고로에 대한 화입에 이어 4월에는 종합준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고로 가동에 필요한 원자재 확보 작업도 성공적이다. 현대제철은 최근 호주 BHP와 올해부터 8년간 2,200만톤의 철광석을 구매하기로 하는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이에 앞서 지난 2007년 브라질 발레와 장기 구매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2월에는 호주 리오틴토와도 계약을 체결했다. 전세계 철광석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3대 광산업체 모두와 원료구매계약을 마친 것이다. 연산 8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운영에 필요한 철광석 전량을 모두 확보한 셈이다. 본격적인 고로 가동에 앞서 해외시장에서 자사의 열연강판에 대한 품질 인정을 획득하는 작업도 진행해왔다. 현대제철은 올해 초 세계 2위의 API강관(송유관) 제조업체인 인도의 웰스펀(Welspun)사와 연간 10만톤의 송유관용 열연강판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세계적인 송유관 기업과의 계약에 성공해 기술력을 인정 받은 것은 물론, 내년 당진 일관제철소 가동과 함께 생산되는 고로 제품의 판로도 개척한 것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외환위기 때 인수합병을 통해 회상성장의 기틀을 다진 경험을 갖고 있다"며 "제철소 건설기에 불황을 맞게 됐지만 제철소 가동시점에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보여 생산과 판매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각국이 경기부양책의 한 방편으로 집중투자하고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시장에도 진출했다. 회사측은 동남아 지역과 중동시장을 적극 공략해 연간 15만톤 가량을 수출할 계획이다. 특히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시트파일의 경우 수출물량이 대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네덜란드와 말레이시아 등 8개국에 신규 수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현대제철은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제품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당진 일관제철소 가동에 맞춰 열연강판과 후판 분야에서 총 225종의 강종을 개발할 계획인 것이 한 예다. 회사측은 이를 위해 현대ㆍ기아차와 현대하이스코로 이어지는 그룹사간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개발에 성공한 초대형 선방엔진 및 풍력발전기용 150톤 대형 잉곳이 바로 공동연구의 결실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어려움을 긍정적인 자세로 대처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고 있다"며 "리먼 사태 이후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과 지속적인 제품개발, 과감한 투자라는 선택을 통해 향후 고로 가동 이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밑거름을 닦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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