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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살리자(사설)

◎창간37돌 서울경제신문이 21세기전략을 선도한다대망의 천년기(Millennium) 2000년이 이제 9백일도 채 남지 않았다. 2000년이 대망의 밀레니엄인 것은 역사를 1천년 단위로 구분했을 때 기원후 세번째로 맞는 새로운 천년기를 연다는 점에서다. 1백년에 한번 맞는 세기(Century)보다는 시간적으로 함축하는 의미가 넓고 깊은 탓이다. 여기 2000년에서 1년을 더 가면 또 하나의 세기, 21세기에 들어선다. 역시 대망의 세기요, 미지의 세기다. 그래서 한층 가슴설레게 한다. 지금 세계 선진 각국의 주요 관심사는 다가오는 2000년대에 대한 예비이다. 새 밀레니엄·새 세기를 어떻게 맞느냐 하는 것이 국가적인 과제다. 이벤트만으로 보는 대표적인 행사는 아무래도 독일이 으뜸이다. 2000년에 수도를 본에서 베를린으로 옮기는 독일은 99년 12월31일 밤부터 대대적인 행사를 펼친다. 도시건축전도 계획돼 있다. 이탈리아는 2000년이 가톨릭의 「성년」임을 감안, 교회 등을 비롯한 도시개조가 한창이다. 프랑스는 「2000년의 종」을 제작중이다. 미국 뉴욕시의 2000년 위원회는 99년 12월31일 자정 사상 최대의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광장 부근의 호텔은 예약이 이미 끝났다. 모두가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나라는 새 밀레니엄이나 21세기는 눈 밖이다. 벼랑끝에 몰린 경제가 당장 발등의 불이다. 경기는 아직 저점을 헤매고 있고 실업자는 거리에 넘치고 있다. 하반기에는 대량실업사태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에 국민소득 1만달러를 돌파했다고 떠들썩했던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더구나 궂은 일은 함께 찾아 온다고 했다.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악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올들어 한보를 함몰시킨 「강진」은 삼미·진로·대농을 차례로 쓰러뜨리더니 이제 기아마저 바람앞에 등불이다. 또 어느 재벌급 기업이 부도 도미노로 도산할는지 조마조마한 판국이다. 실로 경제의 위기요, 국가적 난국이다. 총체적 위기인 셈이다. 왜 이같은 상황에까지 이르렀을까. 우리나라의 왜곡된 경제구조, 저효율 고비용구조 탓이다. 경영철학이 없는 주먹구구식 경영과 지나친 차입에 의존한 문어발식 몸집 부풀리기도 오늘의 사태를 불러왔다. 뿐만 아니라 정경유착에 따른 폐해가 드디어 불거졌다고도 볼 수 있다. 나라 형편이 최악이라는 것은 수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총외채는 1천47억달러에 육박, 세계에서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외환보유고도 3백33억달러에 불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권장치 3백60억∼3백7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만의 3분의 1, 싱가포르와 홍콩(중국 귀속전)의 절반 수준이다. 아시아의 4마리 용가운데 최하위다. 후진국에 쫓기고 선진국에 밀린 탓이다. 국가 경쟁력의 약화 때문이다. 올 연말의 경상수지 적자는 더 이상의 변수가 없어야 1백65억달러선이다. 이미 용으로 승천하기는 틀렸지만 외국 매스컴의 비아냥대로 지렁이나 안됐으면 다행이다. 나라 경제가 이 꼴이 됐는데도 정치는 실종된지 오래다. 정부는 레임덕 현상으로 통치력을 잃고 있다. 특히 정치는 오는 12월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쟁에만 여념이 없다. 단군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는 경부고속전철이 표류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나라를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해 둘 수만은 없다. 서울경제신문은 지난 5월부터 장장 3개월간에 걸쳐 「경제를 살리자」라는 주제아래 경제회생 캠페인을 펼쳐왔다. 우리신문사상 초유의 이같은 캠페인은 암울한 현실을 광정하고 실종된 정치와 경제를 찾아 보자는 신문 본연의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개최된 대토론회는 경제주체인 노사정 3자간 대화합만이 살길이라는 공통분모를 도출해 냈다. 노사정이 해야 할 구체적 방안도 제시됐다. 정부는 「지배하고 다스리는 정부에서 장려하고 조장하는 정부」, 즉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복지불동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기업은 우리경제구조의 고질인 고비용 저효율구조에서 탈피해야 하며 과감한 자기혁신을 단행해야 한다. 근로자는 자기 몫만 주장해서도 안된다. 회사가 살아야 근로자가 있는 것이다. 형편이 어려울 때일 수록 조금씩 양보하고 자기 몫 챙기기를 자제해야 한다. 이들이 합쳐져 핵심과제인 국가경쟁력 강화로 나타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경제주체는 기업이다. 오늘과 같은 국제화 세계화시대에 과거와 같은 경영행태로는 살아 남을 수가 없다. 정부가 보호막을 펴주던 시대도 지났다. 만들면 팔리는 세상도 아니다. 끊임없는 기술혁신, 아이디어개발만이 살길인 것이다. 이제 우리도 새 밀레니엄·21세기를 준비해야 한다. 대비할 것에 비하면 너무 늦었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때이다. 우선 오는 12월의 대선이다. 15대 대통령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통령이어야 한다. 그는 국민을 단합시켜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바닥에 주저앉은 경제도 일으켜 세워야 하고 통일에도 일가를 갖추어야 한다. 또 다시 지역 편갈이 싸움이 재현돼서는 안된다. 국민이 선택을 잘해야 한다는 의미다. 새 밀레니엄·21세기는 지구촌시대, 한 울타리 시장의 시대다. 이데올로기는 사라지고 경제력만이 지배하는 시대다. 우리가 예비해야 하는 것도 바로 경제다. 이때 바닥을 잘 다져 놓지 못한다면 새로운 시대에는 적응할 수 없다. 서울경제신문은 우리나라 최고·최고의 경제 정론지로서 한국경제의 성장과 그궤를 함께 해 왔다. 창간 37주년을 맞아 「경제 살리기」를 내세우고 있는 것은 새 밀레니엄·21세기를 앞두고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대비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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