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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무난한 첫 데뷔 무대를 치렀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경기회복이 지속되고 수요 부문에 물가상승 압력이 생기면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성장과 물가를 동시에 보겠다는 뜻이다. 이틀째 출렁거린 외환시장에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 시장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분명한 구두개입에 나섰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2.5%로 11개월째 동결됐다. 임기만료를 앞두고 이날 마지막 회의에 참석한 임승태 위원까지 만장일치 결정이었다. 이 총재는 금통위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수가 일시 부진했지만 수출이 호조세를 나타내면서 방향은 회복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성장률 4%는 잠재성장률에 부합하지만 적정 성장 규모에 못 미친다. 성장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시종일관 차분한 어조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해나갔다. 김중수 전 총재가 빠른 속도로 길게 답변했다면 그의 설명은 느리지만 간결했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범위(2.5~3.5%)에 못 미치는 것에 대해 "물가안정목표는 그 해가 아닌 중기 목표"라며 "물가가 일시적으로 밴드를 벗어났다고 목표를 조정하거나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오히려 경기진폭을 키우고 물가안정목표제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향후 금리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물가안정과 성장, (통화정책) 완화기조가 오래 지속될 경우 발생할지 모르는 대내외 불균형 누적에 유의하겠다"며 "경기회복에 따라 현재 마이너스인 GDP갭(잠재성장률과 실제 성장률의 차이)이 축소되고 수요 부문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생겨 물가안정을 저해할 상황 가까이에 이르면 선제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그린북과 경기인식에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한은을 방문했을 때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변동성이 크다"며 "환율 변동성이 너무 커 쏠림 현상이 생기면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쏠림 현상은 예의주시하고 시장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향후 인사 및 조직개편에 대해서는 '김중수 지우기'식 해석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인사를 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이 전임 총재 흔적 지우기라는 평가"라며 "최근 국장인사는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유관부서 국장을 교체한 것일 뿐 조직을 전면적으로 대폭 바꾸는 것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중앙은행 기능이란 시시각각 단기간에 변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발표한 '2014년 경제전망(수정)'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예상치인 3.8%에서 4.0%로 상향 조정됐다. 국민계정 체계와 기준연도 개편으로 인한 기술적인 조정에 따른 결과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월의 2.3%에서 2.1%로 하향 조정됐다.
이 총재는 "성장세는 1월에 봤던 것과 별 차이가 없다"며 "물가는 농산물 가격 약세와 등록금 동결로 1ㆍ4분기 실적이 낮게 나타난 것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올해 취업자 수 전망치는 50만명으로 1월 예상치(43만명)에서 상향됐으며 경상수지는 680억달러 흑자로 1월(550억달러)보다 높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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