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외자들의 마지막 비상구를 자처하는 대부업계가 지난 2002년 10월 양성화에 들어간 지 3년여 만에 이중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한일 양국에서 최고금리를 인하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안팎으로 협공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밖으로는 일본 금융당국의 규제강화로 굴지의 일본 대부업체들이 한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안으로는 우리 국회에 연 금리 66% 상한선을 25%까지 끌어내리는 내용의 법안이 상정돼 논의되고 있다. 사채업자라는 듣기 싫은 이름을 벗어버리려는 대부업계로서는 이런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고사 위기에 빠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 금융당국이 최근 일본 대부업 최고금리를 연 30%에서 15% 수준으로 낮추면서 일본 대부업체들이 일본을 떠나 한국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최고금리 하향조정이 시행되면 아코무 등 자산이 1,000억엔 단위인 2~3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살아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산와머니는 최근 한국에서 전국단위로 영업점을 확대하고 있으며 아이후루 등 대형 일본 대부업체가 한국대부업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시장을 버리고 한국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대부업계가 국내 금융감독의 사각지대라는 점도 일본 업체들이 진출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국내 대부업시장은 일본계 산와머니, 미국계 씨티파이낸스 같은 외국계 자본들이 2~3%의 조달금리로 10~20배가 넘는 이익을 보면서 감독이나 제재도 받지 않는 시장으로 변질되고 국내 대부업체들은 사채업자로 돌아가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우리 국회에서는 대부업 금리 상한선을 25~30% 수준으로 낮추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심의해 처리할 예정이다. 대부업계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사실상 대부업 등록을 포기해야 할 입장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행법상으로는 은행이나 저축은행에서 저금리 자금을 끌어들일 수는 있으나 금융감독 당국에서 이를 여신관리 등의 방법을 이용해 저지하고 있어 캐피털 같은 여신전문 금융회사들로부터 20%가 넘는 금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업 금리가 20%대로 떨어지면 사채업자로 다시 돌아가야만 하는 처지라는 것이다. 한 대부업체 사장은 “사채업에서 대부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최근에는 소비자금융업으로 꾸준히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면서 “하지만 연 금리가 이처럼 급격히 떨어질 경우 사채업자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사채업 평균 대출금리는 200%를 상회한다. 이른바 살인적 고금리인 셈. 현재 등록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고객이 20만~30만명에 달하고 이들 대부분이 20~30대에다 신용등급이 10등급 수준으로 제도 금융권에서 도저히 대출이 불가능하다. 그나마 대부업체가 마지막 탈출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양석승 한국소비자금융협회 회장은 “우량 대부업체들을 중심으로 은행이나 저축은행에서 저금리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해주거나 사채 발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유인책이 없는 조건에서 제재만 강화하면 문제해결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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