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인간형 로봇 '휴보(HUBO·사진)'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재난구조용 로봇'으로 선정됐다.
카이스트(KAIST)는 오준호 교수팀이 개발한 국내 최초 휴머노이드 휴보(사진)가 지난 5~6일 이틀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모나에서 미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주최로 열린 재난 로봇 경진대회인 'DARPA 로봇공학 챌린지(DRC)'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고 7일 밝혔다. 2013년과 2014년 예선을 치른 끝에 이번 결선에 오른 24개팀 중 휴보는 미국, 일본, 독일 등 로봇 강국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휴보는 무게 80kg, 높이 1.8m로, 두 발로 걷는 로봇이다. KAIST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가 2004년 처음 개발했다.
이번 행사는 예선을 거친 24개팀이 이틀간 8개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5개 참가팀들은 ▲운전하기 ▲차에서 내리기 ▲문 열고 들어가기 ▲밸브 돌리기 ▲드릴로 구멍 뚫기 ▲돌발 미션 ▲장애물 돌파하기 ▲계단 오르기 등 8개 과제를 수행했다. 대회는 60분 내에 8가지 미션을 가장 많이, 가장 빠르게 수행한 팀에게 우승이 돌아간다. 5일과 6일 한 번씩 기회가 주어졌고 더 좋은 점수를 최종 결과에 반영한다.
휴보는 5일 열린 1차 대회에서는 벽에 구멍 뚫기 미션에서 시간을 지체해 7점을 획득해 6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틀째인 6일 대회에서는 8점, 44분 28초로 최종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휴보팀은 200만 달러(약 22억원)의 상금을 받았다.
2위는 미국 플로리다대 인간기계연구소(IHMC)가 3위는 카네기멜론대가 차지했다. 국내에서 참가한 서울대팀의 '똘망SNU'는 12위, 우승 기대를 모았던 국내 로봇벤처 로보티즈의 똘망은 15위에 머물렀다. 최종 결선에 오른 24개 팀 중 10개 팀이 한국에서 개발한 로봇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행사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시작됐다. 방사능이 새어 나오는 원전을 수습하는 등 극한의 재난 상황에서 인간을 대신할 재난구조 로봇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오준호 교수는 "이번 대회는 완성된 로봇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완성까지 가는 단계를 보여주는 대회"라며 "우승은 시작일 뿐이고 다음 목표는 지금보다 더 완벽한 로봇을 만드는 것"이라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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