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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고질병 ‘눈치보기’
입력2003-11-19 00:00:00
수정
2003.11.19 00:00:00
“제가 한국에 와서 느낀 것 중 재미있는 말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한국말 중에 도저히 영어로 해석을 할 수 없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눈치`입니다. ”
19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만난 제프리 존스 미래의 동반자 재단 이사장(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한국 사회 부조리의 원인을 영어로 해석하기가 막막한 `눈치보기`라고 정의 내렸다.
그 동안 `망국 병`으로 정치 혼란, 기업의 비윤리적 경영 등에 대한 진단은 여러 차례 나왔지만 사회적으로 만연된 `눈치 보기`부터 치유해야 한다는 진단은 아주 신선하게 느껴졌다.
내수 경기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개인신용불량 문제부터 생각해보자. 어느새 국민 10명 중 한 명 꼴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금융권이 여러 구제 방안을 내 놓자, 일단 신용불량자가 된 후 원금은 물론 이자 감면 혜택까지 노리면서 `눈치`를 살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업들도 그 동안 눈치보기 대열에서 한몫(?)을 톡톡히 해냈다. 선거 때마다 어느 당에 줄을 서야 할지 `눈치`를 봐야 했고, 얼만큼의 선거 자금을 내야 하는지 다른 기업들의 눈치를 살펴 온 것이 사실이다.
지금 온 나라를 떠들썩 하게하고 있는 기업의 대선자금 문제에 있어 `우리는 깨끗하다`고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처럼 남들 눈치를 살펴 온 개인이나 기업들이 만들어 온 `사회의 악습`들은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해 죄가 죄를 낳는 사회적인 병폐로 이어지고 있다.
존스 이사장의 지적처럼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눈치보기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는 무질서와 혼돈으로 뒷걸음질 칠 수 밖에 없다.
최근 세상의 관심이 쏠려 있는 검찰의 대기업들에 대한 비자금 수사는 언젠가 마무리 될 것이다. 하지만 몇 명의 그룹 오너나 정치인들을 구속시키고 끝나는 식의 수사는 큰 의미가 없다.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눈치를 보지 않고 양심에 따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회 윤리부터 재정비돼야 한다.
<한동수기자(산업부) best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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