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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말 딜레마에 빠진 고위관료들

막판 공기업 CEO자리 놓고 눈치보기<br>"직함 연연 않겠다" 하향지원도 잇따라<br>일부는 "다음 정권서 승부" 버티기도

참여정부 임기를 1년여 앞둔 시점, 정부 부처의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놓고 고위관료들이 붙었다. 선임을 며칠 앞두고 선배 관료는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앞으로도 기회가 더 있으니 양보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후배는 "앞날을 누가 보장하느냐"며 거절했고 결국 이 자리는 후배가 차지했다. 이명박 정부 임기를 1년여 앞둔 요즘, 고위관료들 사이에 '정권 말 딜레마'가 다시 한번 시작됐다. 정권이 끝나기 전에 자리가 나는 곳을 마지막으로 차지해보려는 퇴임 관료들의 물밑경쟁이 한창이다. 반면 일부 현직 관료들은 정권 막판에 산하기관으로 갈 경우 차기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교체될 수 있다며 "다음 정권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버티는 상황. 이 때문에 해당부처는 때아닌 인사적체에 시달리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17일 정부 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 산하 공기업과 임기가 되는 각종 협회장 자리를 놓고 고위관료들의 막판 힘겨루기가 '쟁탈전'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일부 자리를 놓고는 퇴임한 관료, 이른바 '올드보이'들 간의 경쟁이 벌어지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직 정부 고위관료는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개국공신'들이 대거 낙하산으로 내려올 것이 뻔하지 않느냐"며 "임기에 관계없이 자리가 날 때 차지하려는 심리가 전직 관료들 사이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연임설이 거론되던 은행연합회장과 생명보험협회장 등은 교체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은행연합회장의 경우 여러 명의 전직 관료들이 경합한 가운데 현 정권에서 지주회사 회장을 지낸 박병원 전 경제수석이 낙점됐다. 생보협회장의 경우 조금 더 구도를 봐야 하지만 이우철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면서 국무총리실장을 지낸 권태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이 대신 거론되고 있다. 전임 홍석우 사장이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가면서 공석이 생긴 KOTRA도 오는 22일까지 지원서류를 받을 예정인데 전직 차관급 관료들의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위관료들의 자리전쟁이 이어지면서 '하향지원'의 모습도 속속 연출되고 있다. 이날 마사회장에 취임한 장태평 전 농림부 장관은 '장관 경력'으로는 이례적으로 산하기관 회장에 자리했다. 장 전 장관은 "직함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차관ㆍ1급 인사들은 막판 승진에서 배제되면서 총선 출마 쪽으로 방향을 트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전직 관료들과 달리 현직 고위관료들 사이에서는 정권 말 눈치 보기가 치열하다. 주택금융공사의 경우 사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1급 이상 관료들이 "현직을 지키겠다"고 버티면서 이례적으로 국토해양부 쪽으로 넘어갔다. 특히 일부 부처에서는 차기 정권에서 승부를 보겠다면서 사실상 승진을 '거부(?)'하는 모습도 연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부처의 한 1급 관료는 "이번 정권 초기 감사 자리까지 샅샅이 바뀌지 않았느냐"며 "위험성을 안고 1년짜리 자리에 갈 바에야 조금 더 현직에 남아 있는 것이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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