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이 28일 내놓은 '여성 경력단절에 따른 소득손실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 및 가사를 이유로 경제활동을 포기한 인구는 지난해 417만명으로 전체 생산가능 여성인구의 21%에 달했다. 이들이 평균 취업률로 고용된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여성의 고용률은 48.4%에서 63%까지 상승하면서 근로소득 총액도 60조2,000억원 늘어난 276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여성 고용률이 'M자형'인 국가는 일본과 우리나라밖에 없다. 여성 경력단절로 인한 잠재소득 손실 규모는 한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4.9%, 일본은 4.3%에 이른 반면 미국(0.1%) 등 OECD 국가는 손실이 별로 없었다. 특히 우리 대졸 여성의 경우 30세를 기점으로 고용률이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후 아예 회복이 안 되는 'L자형'을 보였다. 대졸 여성의 고용률은 60.5%로 OECD 평균(79.3%)과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여성의 경력단절은 임금에도 영향을 미쳐 남성의 경우 40~44세 월평균 300만원에 정점을 찍는 반면 여성은 30~34세에 200만원을 기록한 후 30대 후반 이후로는 더 이상 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 20대 여성의 총 생애근로소득은 10억6,000만원(2011년 기준)으로 추정되지만 이 중 5억9,000만원만 벌고 경력단절에 따라 4억7,000만원은 포기했다. 대졸 여성은 16억4,000만원에서 6억3,000만원을 기회비용으로 날렸다. 이는 생애소득의 38%에 해당한다.
하지만 정부정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가족ㆍ보육 관련 공공지출은 GDP 대비 1%로 영국(4.2%), 프랑스(3.9%)는 물론 OECD 평균(2.6%)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 이혜림 선임연구원은 "고학력 여성은 빠르게 늘어나는데 고용환경 개선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아 생산성 높은 경제적 손실이 커지고 있다"며 "유연근무제 도입, 육아휴직제도 개선, 탄력근무시간제 확대 등을 통해 경력단절 위험에 따른 비용을 공공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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