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정부상대 지준금반환 소송

저축은행들이 정부를 상대로 2,100억원에 달하는 지급준비예치금(지준금) 반환 소송에 착수했다.

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열린 운영심의위원회에서 저축은행 대표들은 지준금 손실분 2,080억원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내기로 합의하고 법률회사 선임작업에 들어갔다.

중앙회 관계자는 “패소할 가능성과 정부와의 관계 악화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지난 98년부터 검토했던 소송 제기가 번번이 미뤄졌지만 최근 소송을 진행키로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지준금 문제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저축은행들이 무너지면서 당시 신용관리기금이 공적자금 대신 저축은행들이 예치했던 지준금 중 약 3,000억원을 부실 저축은행에 대출형식으로 지원해 준 것이 발단이 됐다. 이후 금융개혁법에 따라 신용관리기금은 부실 저축은행에 대출해준 지준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 금융감독원으로 흡수됐고 지준금 계정은 저축은행중앙회(당시 상호신용금고연합회), 출연금 계정은 예금보험공사로 각각 이관됐다. 그러나 지준금이 투입됐던 부실 저축은행들이 퇴출되면서 저축은행중앙회가 지준금 계정으로 2,300억원의 부실채권을 떠안게 된 것이다. 그 중 일부가 회수돼 현재 2,080억원이 남았다.

이후 중앙회는 재경부와 금감원, 예금보험공사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지준금 반환을 요청했으나 정부가 계속 묵살하자 법적인 대응에 나서게 된 것이다.

현재 저축은행들은 예금잔액의 5%, 적금잔액의 10%를 저축은행중앙회에 지준금으로 예치해 놓고 있으며, 중앙회는 업계에 자금이 필요한 경우 어음재할인이나 대출 등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중앙회 관계자는 “부실 저축은행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예금자 보호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출연금 계정에서 자금을 빼서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또 지준금은 고객의 자산인데 행정기구 개편으로 책임질 곳이 사라졌다고 고객의 돈을 돌려주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원정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