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수수료 인하를 결정한 것은 ‘판매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비난 여론과 함께 상품을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않고 판매하는 ‘불완전판매’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는 다른 금융회사도 마찬가지다. 우리ㆍ하나은행 등 거의 모든 금융회사들이 판매수수료를 줄줄이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판매수수료 인하가 고객의 불만을 해소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며 “수익이 난 펀드의 환매를 강요하거나 상품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후속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펀드 판매는 ‘대동강 물 팔아먹기’=펀드 수수료는 상품별로 차이가 크지만 어느 펀드나 판매수수료 비중이 가장 높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총 수수료가 연 2.5%라면 매일 수익을 내기 위해 고민하는 운용사는 연 0.73%를 받아가지만 펀드를 한번 팔고 손을 터는 판매회사는 연 1.72%를 떼어간다. 판매사가 보수의 70%가량을 꼬박꼬박 챙긴다. 그래서 봉이 김선달의 ‘대동강 물 팔아먹기’나 다름없다는 비난도 나온다. 주가 상승으로 펀드 판매가 급증하자 판매사들의 수수료 수입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은행들의 지난해 펀드 판매 수익은 지난 2005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올들어 지난 1ㆍ4분기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의 수익증권 판매수수료는 2,017억원으로 전년동기의 1,268억원에 비해 60% 증가했다. 펀드가 많이 팔리는 것 이상으로 판매사에 대한 불만도 비등하고 있다. 환매 강요나 불완전판매가 주요 원인이다. 한국펀드평가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펀드 가입자의 40%는 약관이나 투자설명서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거나 설명도 못 듣고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쌓이는 은행 수익, 늘어나는 고객 불만=주가가 급등했지만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펀드 수익률은 그리 높지 않다. 은행들이 환매를 강요해 수익률을 낮췄거나 2%가 넘는 펀드 수수료를 제하면 실질 수익률은 제시된 수익률을 훨씬 밑돌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서둘러 펀드 판매수수료 인하에 나선 것도 고객들의 이런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보수도 문제지만 서비스가 더 큰 문제라는 주장이 많다. 지난해 은행들의 펀드 판매수수료가 크게 늘어난 것은 펀드 판매도 늘었지만 차익실현성 환매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은행이 환매를 적극 권유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펀드 투자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려면 고객의 상담 만족도를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등 제도적인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펀드평가회사의 한 관계자는 “펀드 판매사가 수수료를 내린 것은 반길 만한 일이지만 수익을 내기 위해 갈아타기를 부추기거나 운용 수수료를 낮추도록 강요한다면 투자자들에게 독(毒)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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