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대출규제와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소나기’식으로 쏟아지면서 경제위기가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가계의 대출상환능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가계대출을 조일 경우 자칫하면 내수부진 심화, 부동산 가격 급락, 금융기관 부실화 등을 동반한 가계부채발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일본식 장기 불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다. ◇‘소나기’식 대책에 가계 상환능력은 취약=지난해 11월 이후 금융통화당국이 쏟아낸 금융긴축정책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 축소,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확대, 지급준비율 인상, 아파트담보대출 1인당 1건으로 축소 등 10여개에 달한다. 정부가 이처럼 시중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파상 공세를 벌이고 있지만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4일 ‘가계발 금융위기, 해법은 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최근 가계부채 급증은 경제 내 자금의 단기부동화, 금융기관간 경쟁격화,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이 주원인”이라며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효과가 크게 가시화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명목 국민총소득(GNI) 대비 가계신용 비중이 지난 2001년 3ㆍ4분기 51.8%에서 2006년 3ㆍ4분기 66.9%로 급증했다.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1년 말 45.4%에서 2005년 말 52.9%로 커졌다. 각종 긴축정책이 쏟아지면서 시장금리도 급등, 가계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지난해 11월23일 지준율 인상 직후 연 4.60%에서 지난 12일 현재 4.92%로 폭등했다. 2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의 경우 두달 만에 연간 64만원의 이자부담을 더 지게 된 것이다. 또 중소기업대출 잔액까지 줄면서 자금시장이 급속하게 경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 문제가 계층간 갈등 양상으로 번지면서 각종 대책도 우후죽순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한 민간연구소의 관계자는 “수십년 만에 처음 써보는 긴축정책도 있어 달라진 시장환경에서 어떤 파급효과를 낼지 측정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며 “정책 당국자들이 유동성 축소 정도나 경제적 파장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발 경제위기 우려=이 때문에 무리한 가계부채 축소정책이 단행될 경우 경제위기가 발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무리한 대출규제 및 긴축적 통화정책→가계부채 상환압력 증대→가계의 실물 및 금융자산매각→가계소비 여력감소→기업투자부진 심화→내수부진 지속’ 등의 연결고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게 현대경제연구원의 지적이다. 연구원은 “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도 정부의 무리한 긴축적 통화정책, 부동산 대출규제 강화 등이 시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일본은 정책금리를 89년 2.5%에서 90년 6%까지 인상했고 일본 대장성은 90년 주택대출 총량규제, 92년 토지에 대한 취득ㆍ보유ㆍ양도세율 인상 등을 실시했다. 연구원은 위기 방지를 위해서는 ▦분양가 조절 ▦부동산 가격의 점진적 하향 안정 유도 ▦가계부채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자본시장 활성화 ▦변동금리부 대출의 발빠른 축소 ▦불공정 대출 경쟁 억제 ▦가계부채의 만기구조 장기화 지원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시장 실패를 강조하던 정책당국이 이제는 부동산대책을 남발하면서 정책의 쏠림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집값 급락에 따른 가계 부실화가 금융기관 부실화로 이어지면서 금융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화긴축정책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가계의 합리적 선택과 가계금융 규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주택금융에 대한 부채를 규제하더라도 주택금융 이외의 방식을 통한 대출이나 여신 용도를 확인하지 않은 대출이 확대될 수 있다”며 다른 형태의 대출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제를 받는 대출상품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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