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에 국제유가가 즉각 반응했다.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실제로 공급 충격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유가 상승이 국내 증시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심리적 요인으로 단기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업종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10.58포인트(0.54%) 내린 1,954.11포인트에 거래를 마감했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461억원어치를 내다팔며 이틀째 국내 증시에서 이탈,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미국 등 서방 국가와 러사아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여기에다 자칫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국제유가가 일제히 상승한 것도 에너지 수입국인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지목되며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시간으로 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4월 인도분은 전날 대비 2.27% 오른 배럴당 104.92달러를 기록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1.45% 올랐고 두바이유도 1.66% 뛰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국제 원유가가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다만 원유가격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며 단기 상승세가 국내 증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일시적 공급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감에 국제원유가가 반응하고 있다"며 "미국과 러시아 간 전쟁이 발발한다면 유가 급등세가 불가피하나 현재 상황에서 양측 모두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적ㆍ경제적 이슈가 혼합돼 있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서방국 간의 갈등이 쉽게 끝나기는 어려워 보이는 만큼 국제 유가가 급등은 아니더라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유가 상승 국면에서 업종 간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선 전통적으로 유가와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정유주와 화학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특히 원유가격이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일 경우 가격 전가 속도가 빠른 정유업체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정유업체와 화학업체는 미리 구입해놓은 원유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 시점에 가격을 책정하므로 원유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이 유리하다"며 "다만 화학 업종보다는 가격 전가율이 높은 정유업종이 최근 원유가 상승 국면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나 일부 종합상사 등 자원개발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도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인 요인이지만 유가가 상승세를 나타내면 에너지 개발 수요가 늘어난다"면서 "이는 한국가스공사나 대우인터내셔널, 해외 플랜트 사업을 하는 건설주의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직접적인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격 전가력이 낮은 항공과 해운업종은 유가 상승에 따른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제품 생산 과정에서 대규모 에너지가 사용되는 철강 업종도 유가 상승이 실적에 부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항공이나 해운사들은 유가 상승이 직접적인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며 "수요가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간 산업 중 가장 에너지 사용이 많은 철강 업종 역시 유가 상승의 부담이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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