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조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시작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미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가 고조되는 등 대외악재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 확산에 따른 내수위축 등 국내 요인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투자심리가 냉각되는 모습이다. 외국인과 기관도 연일 매도세를 보이며 수급도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는 상태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12거래일 중 10일 동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3.60포인트(0.67%) 하락한 2,028.72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2,008.46포인트까지 떨어지며 2,000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0.43포인트(0.06%) 상승한 706.28포인트에 장을 마감했지만 장중 690.8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 증시에서는 호재보다는 악재가 크게 반영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중국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 편입 유보 등은 재료로서 약발이 거의 없는 상태다. 반면 그리스 채무불이행 우려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심리, 메르스로 인한 내수위축 등은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시는 복합적인 악재에 짓눌려 있다"며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만큼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기관은 이달 들어 1조1,999억원을 순매도해 물량 부담을 키우고 있다. 외국인도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111억원 순매도하며 6월 들어 매수 우위를 보였던 외국인 전체 순매수 금액을 순매도로 돌려놓았다. 최근까지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코스피의 저점을 2,050으로 예상했지만 복합적으로 터져 나오는 불리한 이슈에 이 선이 힘없이 무너지면서 2,000선을 하향 돌파할 수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점차 커지고 있다.
다만 이번 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명확한 힌트를 줄 경우 외국인들의 수급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 회의 결과가 나오면 글로벌 변동성이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 G7 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달러화 강세에 대해 우려 표명했고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주요 국제기구들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FOMC가 이를 어떻게 반영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바닥을 다지려면 대외 이슈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기업들의 실적개선 추세가 확인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연구원은 "2·4분기 실적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대외 불확실성 요인들이 투자심리를 지속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며 "당분간 주식시장에 대한 경계감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올해 기업 실적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전년 대비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며 "따라서 주식시장이 이를 반영할 경우 제한적인 상승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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