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군 합동구조팀은 23일 일명 '게로봇(크랩스터)'을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선체 진입에는 실패했다. 크랩스터는 바다 밑을 6개의 다리로 이동하며 세월호의 현재 상태와 해저지형 등을 촬영하고 조류의 속도 등을 측정하는 역할을 한다. 크랩스터가 인명구조용으로 설계된 것은 아니지만 해저지형이나 조류의 속도 등을 파악해 지상으로 올려보내면 다이버들의 구조작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현장 수색팀은 크랩스터가 사고 해역 정보수집 역할에 그쳤을 뿐 실제 도움은 전무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도 "가라앉은 시신이 있다면 이를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사고 해역의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며 성과가 없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선체 인양 계획이 아직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크랩스터를 투입한 것은 구조 역할보다 선체 인양을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구조팀은 이에 앞서 지난 21일 무인잠수정(ROV) 2기를 수색작업에 투입했으나 역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해저에 가라앉는 크랩스터와 달리 ROV는 모터의 힘으로 수중을 헤엄치며 움직이는데 유속이 1노트만 넘어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사고 해역은 맹골수도로 국내서도 유속이 두 번째로 센 만큼 애초부터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강했다.
허울만 좋았지 첨단장비가 맥을 쓰지 못하는 사이 구조팀은 50명가량의 '머구리' 잠수사들을 교대로 투입하면서 시신 인양에 나서 성과를 내는 등 대조를 이뤘다. 지난 1800년대 중반에 발명된 머구리는 무쇠투구에 수면 위로 이어진 공기호스를 연결해 잠수하는 다이버를 뜻한다. 이들은 1시간 이상 잠수가 가능하고 가슴에 서치라이트가 달려 있어 수색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150년 된 전통장비인 '머구리'보다 못한 첨단장비라는 눈총도 받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해양 재난사고에 대비해 인명구조장비 현대화에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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