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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 '중화 통일' 꿈꾸는 중국

中 텐센트, 5억달러 투자… CJ게임즈 지분 28% 인수

소규모 게임업체 이어 대형사에도 속속 눈독

합작 확대가 부메랑 돼 자칫 주도권 내줄 수도


중국 1위 인터넷기업 텐센트가 CJ E&M의 자회사 CJ게임즈에 5억달러를 투자하고 지분 28%를 인수한다. 그간 중국 업체의 국내 중소 게임업체 인수는 종종 있었지만 국내 3위 게임업체에 전격 지분을 투자했다는 점에서 중국 자본의 국내 기업 사들이기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CJ E&M은 26일 자회사 CJ게임즈의 지분 28%를 5억달러(약 5,300억원)에 텐센트에 매각하고 기존 CJ E&M 산하 게임사업부인 넷마블을 물적분할해 CJ넷마블(가칭)로 통합한다고 26일 밝혔다. 새로 출범하는 CJ넷마블은 넷마블 설립자인 방준혁 현 CJ E&M 고문이 지분 35.88%로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CJ E&M과 텐센트가 각각 35.86%와 28%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CJ E&M의 한 관계자는 "이번 투자로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한편 2016년으로 다가온 공정거래법상 증손자회사 보유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며 "텐센트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시장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는 중국 업체가 국내 대형 게임사의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적잖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중국 샨다가 액토즈소프트와 아이덴티티게임즈를 인수하고 텐센트도 국내 신생 벤처업체에 투자를 단행한 적은 있으나 국내 대형 게임업체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J E&M 넷마블은 모바일 게임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4,968억원과 영업이익 667억원을 거뒀다. 텐센트는 지난 2011년 한국에 첫 해외 지사를 설립하고 국내 게임업체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설립된 텐센트는 규모 면에서는 구글·아마존·페이스북에 이어 글로벌 인터넷기업 4위다. 지난해 매출 10조5,000억원을 기록했고 시가총액은 150조원에 이른다. 한때는 중국에서만 두각을 나타내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막대한 자본력을 발판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모바일시장에서 텐센트는 이미 강자로 자리를 잡았다. 온라인 메신저 '큐큐메신저'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라선 이래 최근에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중국명 웨이신)'을 앞세워 글로벌 모바일시장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게임시장에서도 텐센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텐센트는 국내 게임업체가 개발한 온라인 게임을 중국에 공급하는 유통업체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축적한 게임 서비스 노하우와 개발력을 앞세워 자체 개발작을 속속 선보이는 것은 물론 해외 게임업체 인수에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업체의 국내 게임시장 공략은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지만 자칫 주도권을 통째로 내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업체와 손을 잡은 것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텐센트가 유통을 맡은 중국 1위 온라인 게임 '크로스파이어'는 단일 게임으로 매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다. 하지만 개발사인 수수료를 떼주고 나면 스마일게이트가 가져가는 몫은 3,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 국내 게임사도 신작 게임을 중국에 내놓을 때마다 수수료 배분을 둘러싸고 텐센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카카오의 2대 주주이기도 한 텐센트는 최근 카카오톡의 서비스 노하우와 게임하기 기능을 자사 위챗에 그대로 따라 하며 노골적인 베끼기에 나섰다.

문송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게임산업은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콘텐츠이자 소프트웨어 산업의 대표주자"라며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의 공습에 이제는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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