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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자금 688조, 물꼬 터주어야
입력2003-07-03 00:00:00
수정
2003.07.03 00:00:00
단기부동자금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정부의 금융정책이 먹히지 않는 유동성 함정 위험이 높아지고 금융불안의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단기부동자금 급증의 실상과 해결방안`보고서에 따르면 작년말 단기부동자금 규모는 688조원으로 불과 2년새 400조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서 말하는 단기부동자금은 현금과 6개월 안에 현금화할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을 말한다.
경제주체별로 이 같은 단기부동자금 보유 현황을 보면 가계가 354조원으로 전체의 51.5%를 차지하고 있고, 전통적으로 자금수요자인 기업부분도 123조원의 단기 부동자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래적 수요를 비롯해 실물경제 활동에 필요한 단기자금을 감안한 가계와 기업의 과잉보유분만도 13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비추어 단기부동자금이 GDP의 1.5배에 이른다는 것은 통상적인 경제활동에 수반되는 거래적 수요규모를 크게 초과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가계와 기업이 적정수준이상의 단기자금을 부유하고 있는 것은 개별 경제주체는 물론 국민경제상으로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금리기조와 경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중ㆍ장기로 자금을 굴릴만한 대상이나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처럼 단기자금 규모가 지나치게 많은 이상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국민경제적으로 많은 부작용이 초래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일본의 사례에서 입증되는 바와 같이 단기부동자금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 등 금융통화정책이 먹혀들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 경제난을 풀수 있는 대응수단이 그만큼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 한가지 문제로는 부동산투기와 같은 경제교란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정부의 부동산투기단속에도 불구하고 부동산투기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데는 단기부동자금이 가장 큰 이유라 할수 있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중에서는 막대한 여유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돌고 있다는 것은 귀중한 자원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부동자금을 놔둔 채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고 금리인하 등을 통해 통화공급을 늘리는 경우 거품만 불어넣어 경제체질을 더욱 약화시킬 공산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투자의 활성화, 증시의 신뢰향상 등을 통해 부동자금이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부산=김진영기자 kj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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