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리빙 앤 조이] 야! 네 아들 결혼 때 한몫 잡았다며?

혼수에 멍드는 결혼



결혼정보회사의 경기가 올들어 좋아지고 있다. 결혼정보회사들은 일대일 만남뿐만 아니라 대형 단체 미팅 행사를 열어 만남을 주선하기도 한다.

[리빙 앤 조이] 야! 네 아들 결혼 때 한몫 잡았다며? 혼수에 멍드는 결혼 우현석 기자 hnskwoo@sed.co.kr 맹준호기자 next@sed.co.kr 결혼정보회사의 경기가 올들어 좋아지고 있다. 결혼정보회사들은 일대일 만남뿐만 아니라 대형 단체 미팅 행사를 열어 만남을 주선하기도 한다. 관련기사 • 내 힘으로 하는 혼수 • 결혼정보업체와 마담뚜 • 매시 57분, 52초간 교통상황을 알려드립니다 • 韓服은 화려하고, 단아하며, 해학적이고, 관능적이다 • "조선시대 치마 설렘과 고상함 공존" • 실속파는 할인점으로 • 패밀리 레스토랑 샐러드향 솔~솔 만화(萬化)가 방창(方暢)하는 완연한 봄이다. 당신에게 봄을 알리는 전령은 무엇인가. 개나리, 진달래, 벚꽃, 나비, 아니면 제비? 자연 만물은 저마다 성큼 다가 선 봄을 신고하지만 사무실과 집안에 있는 이들은 책상 위에 놓인 청첩장에서 봄을 읽는다. 그 한 장의 청첩장을 돌리기 위해 수많은 선남선녀들은 얼마나 고뇌하고 번민했을까.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첫 사랑에 눈물을 흘리고, 짝사랑에 가슴 태우고, 미팅에 나가 채이고, 바람 맞고, 산전수전을 다 겪은 후 마침내 한 장의 청첩장을 당신에게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을 위해 사랑과 열정을 쏟아 부은 사람은 그들 뿐이 아니다. 그들을 낳아 키우고 가르쳐서, 예식장까지 들여 보낸 부모들의 수고를 어찌 필설(筆舌)로 다 표현하겠는가. 더욱이 결혼 날짜를 잡은 후 혼수를 마련하면서 아들ㆍ딸의 ‘막판 짜내기’에 시달렸던 부모들이라면 필시 등골이 휘어져 있을 것 이다. 이런 난리를 치른 어떤 예비 장인ㆍ장모는 자기도 결혼할 적에 부모님의 속을 썩였던 것을 생각하면서 후회를 할 것이고, 또 어떤 예비 시부모는 어려웠던 젊은 시절에 누리지 못했던 호사를 한(恨)풀이 예물로 보상 받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당신 혹은 당신의 부모는 어느 부류에 속하는가. 이쪽도 저쪽도 아니라면, 혹시 딸을 시집 보낼 때 빠져나간 재물을, 아들의 혼사 때 만회하려 하는가. 아니면 아들 혼인 때 한 몫 단단히 챙겼지만 딸을 보낼 때 만큼은 싸게 막아보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는가. 이제 당신은 이 신문을 읽으면서, 가슴에 손을 얹고 되뇌어 보라. “나는 혹시 혼사를 기회 삼아 한 밑천 뽑아보려는 속물이 아닌가”라고…. 아들 잃은 상실감에 보상심리 부부간 애정 없는 시어머니들이 심해 최근엔 신부측도 집장만 요구 많아져 지난해 1월 9일 서울 도봉경찰서는 술에 취해 부인과 장인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의사 박 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씨는 사건 전날 서울 상계동 자신의 집에서 술에 취한 채 부인 김모 씨와 혼수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이를 말리는 장인 김모 씨를 마구 때렸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혼수 문제와 13년 전 병원을 개업할 당시 처가에서 도움을 주지 않은 것에 대해 앙심을 품어 오던 끝에 이 같은 사고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다 한 해전인 2004년 11월에는 20대 신혼부부가 하루 간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 10층 이모씨 집 안방에서 이씨의 부인 박씨가 근육이완제와 수면제를 스스로 주사해 숨져 있는 것을 박씨의 직장 동료 최모씨가 발견한 것이다. 이어 9일 오전엔 남편 이씨가 아내의 뒤를 따라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 조사 결과, 같은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로 근무하던 두 사람은 결혼 초기부터 혼수 등을 싸고 불화에 시달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랑측은 집장만 고민 혼수 문제로 마음에 상처를 받는 것은 신부측 만은 아니다. 대기업 직원인 K씨는 최근 어머니가 다니는 교회 신자의 딸을 소개 받았다. 소개 받은 처녀의 아버지는 국영 기업체의 중견 간부였다. 3개월 간 교제 끝에 결혼을 약속한 두 사람은 마침내 구체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K씨는 약혼녀에게 "수도권에 22평 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으니 그곳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하자"고 얘기했다. 그런 얘기가 나온 후 약혼녀의 눈치가 이상해졌다.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K씨가 약혼녀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냐"고 묻자 그녀는 "부모님이 당신이 가지고 있는 아파트가 너무 좁고 동네도 나빠서 불쾌해 하신다"고 말했다. 약혼녀의 부모는 며칠 후 K씨를 불러 "네가 우리 딸을 데려가려면 그런 식으로 나와서는 곤란하다"며"결혼 얘기는 없던 걸로 하자"고 말했다. K씨는 기가 막혀 "나도 아쉬운게 없다"며"그럼 이 혼담은 없던 걸로 하자"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혼수에 집착하는 이유 위에서 든 예 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우리 주위에서는 혼수로 인한 갈등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강남구 도곡동 손정신과 의원의 손상원 원장은 "혼수갈등은 사회ㆍ문화적 배경에서 그 원인을 분석할 수도 있지만 심리적ㆍ정신적 차원에서 보면 어머니가 아들을 떠나 보내면서 겪는 '이별과 개별화의 고통'(Seperation & Individuation)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결혼은 아들이 걸음마를 배운 이후 엄마를 떠나가는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데 엄마는 이때 상실감 등에 대한 보상심리로 과다 혼수요구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홀어머니가 성공한 외아들이나 맏아들을 떠나보낼 때 이 같은 현상이 자주 나타나며, 자신의 욕구를 억압하고 아들을 위해서 희생한 어머니에게도 자주 나타난다. 재미있는 것은 부부사이가 원만한 경우 보다 그렇지 않은 시어머니가 혼수로 인한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잦은데 이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애정이 결핍될 경우 아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손원장은 "요즘도 혼수갈등에 따른 정신질환을 상담하러 오는 환자들이 간혹 있다"며 "조사해 보지는 않았지만 한 자녀 가정이 많아지다 보니 이 같은 갈등이 늘었으면 늘었지 감소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자의 어머니가 혼수 문제로 갈등을 야기할 경우 혼수에 집착하지 않아도 다른 곳에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그 사람을 돌봐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남편이나 다른 자식들이 나서 어머니의 고립감을 최소화 해주는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피해 당사자인 며느리쪽에서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며느리 입장에서는 시어머니를 비롯한 시댁 식구들과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기가 쉽지않아 혼수가 미흡한 상황을 이리저리 둘러데다 보면 사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원장은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허심탄회 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속앓이만 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면 가족 전체의 문제로 확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에 상담을 한 사례 중에는 혼수로 인한 갈등을 20년이나 참고 살다가 우울증이 심해진 경우도 있었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이 부부는 전화를 통한 대화로 쌓였던 앙금을 해소하고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남의 눈' 의식… 과시욕도 一助 부유층·전문직 兩家법도가 허례 불러 문제해결에는 신랑역할이 가장 중요 혼수 문제로 혼사가 어려워지는 것은 '남의 눈을 의식하는' 뿌리깊은 과시욕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의견이다. 대부분의 집안이 혼사를 논할 때 '간소하게 하자'고 시작하지만 준비 과정에 들어가면 남의 눈을 의식하고, 욕심을 부리다 감정이 상해 돌아서는 사례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현상은 양가 중 한 쪽 집안의 형편이 기우는 경우보다 양가가 모두 부유층인 경우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이는 한국인의 쓸데없는 과시욕이 얼마나 중병에 이르렀는지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웨딩컨설팅 업체가 밝힌 실패 사례. 10년간 연애한 남ㆍ녀가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신랑쪽 부모가 강남에 대형 아파트를 준비해 줘 결혼 준비는 순탄할 것으로 보였으나, 그게 오히려 파경의 씨앗이었다. 신랑 어머니가 신부에게 "이렇게 근사한 아파트를 사줬으니 알아서 채워보라"고 해 신부 측은 성심껏 준비를 했다. 그러나 신랑 어머니는 "지금 장난하느냐"고 호통치며 가구 브랜드까지 일일이 정해 다시 준비할 것을 요구했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남들에게 보이겠냐"는 이유에서다. 신부 측은 신랑 어머니의 요구를 들어줄만한 가정 형편은 됐지만, 자존심이 상한 나머지 티격태격하다 결국 혼사가 없던 일이 됐다. 이 사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래서 어떻게 남들에게 보이겠느냐"는 시어머니의 말이다. 괜한 과시욕이 젊은 남ㆍ녀가 10년 동안 쌓아온 사랑을 망가뜨린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학병원 레지던트로 일하는 아들을 장가보낸 서울 강남의 60대 여성은 '남의 눈'을 의식하는 심리에 대해 이런 경험담을 들려줬다. "양가 상견례 때는 간소하게 하자고 합의했지만, 지나고 보면 이는 마음에도 없는 인사말에 불과한 것이었다. 아들 결혼한다고 하자 친구들이 이런 저런 참견을 하더라. 의사 엄마가 이것밖에 못 받느냐는 친구들의 핀잔에 간소하게 하려던 마음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왠지 억울한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법도'따져대는 집안 체면 때로는 집안의 '법도'가 혼수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대 사회에서도 유독 결혼에 있어서만은 유교식 법도를 따져대며 상대방 트집을 사람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혼수 업계에는 "결혼에 대한 집안 법도는 고스톱 규칙보다 다양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마치 고스톱 룰처럼 지역마다, 동네마다, 집안마다 제 나름의 결혼 예절이 있다는 뜻이다. 3년 전 결혼한 한 남성 변호사의 얘기. "처음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때는 좋은 예물 받으며 결혼하리라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주변을 보니 은근히 신부가 해 온 예물이나 혼수에 대해 자랑을 하는 눈치더라. 나도 시계 하나는 신경이 쓰이더라. 형편이 넉넉치 못한 배우자는 시계 예단비를 500만 원만 보냈고, 결국 어머니는 '그 집안은 법도도 모르느냐'고 예절 문제를 들고나섰다." 이 변호사는 '예절 문제'를 해결하느라 본인이 모아 둔 돈을 배우자에게 주고 예단을 다시 하게 했다. 업계 관계들에 따르면 신부 측이 신랑 측에 건네는 예단비의 경우 부유층의 액수는 상상도 못할 금액이며, 집안에 따라서는 예단을 돈으로 건네는 게 대단한 실례로 치부되기도 한다. 신랑 측에서 예단의 몇 %를 신부측에 다시 돌려주느냐 또한 '법도' 문제에 속한다. 서로의 집안에 대해 예절을 문제삼다보면 이는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결국 혼사가 어려워지게 된다. ■남자가 잘 해야 한다 일부 부유층, 특히 자식이 이른바 전문직에 있는 경우 혼수 문제가 더욱 복잡하다. 예식장, 드레스, 시어머니 선물, 핸드백 등은 물론 사진관과 미용실까지도 '어디서 했느냐'로 남들에게 체면을 세울 수 있는 브랜드여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패물의 경우에는 서울 강북의 S, H 호텔 금은방 이름을 대야 체면에 손상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여성 사회학자는 한국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혼수 문제의 원인을 "첫째가 무절제한 욕심과 탐욕, 둘째가 남들 시선을 의식한 과시욕, 셋째가 집안 간의 자존심과 체면"으로 꼽았다. 그렇다면 이 같은 혼수문제를 원만히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혼정보회사 행복출발의 오미경 팀장은 "무조건 남자가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비 신랑과 신부가 '돈 얘기'를 하는 게 편치 않은 일임은 틀림없지만, 신랑이 신부와 흉허물없이 혼수에 대해 대화를 나눠야 하고 그 결과를 자신의 부모에게 잘 설득해야만 혼수 트러블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오 팀장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옛말을 명심하라"면서 "신랑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양가를 설득하면 집안끼리의 소모적인 감정 싸움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입력시간 : 2006/04/12 13:15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