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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한국의 캐시카우] (2부-3) 이젠 프리미엄으로

'명품가전'으로 수익성 높여야 살아남는다


'명품가전'으로 수익성 높여야 살아남는다 [흔들리는 한국의 캐시카우] (2부-3) 이젠 프리미엄으로 지난 80년대 중반 일본에서 귀국하는 사람들의 손에 코끼리 밥솥이 들려 있었다면 독일 베를린을 찾은 관광객이 잊지 않고 사는 전자제품이 있다. 밀레 진공청소기. 108년 전통의 프리미엄 전문기업 밀레는 연간 매출액이 3조원을 넘어서며 전세계 '아줌마'들로부터 갖고 싶은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제품가격도 만만치 않다. 가정용 진공청소기가 2,000유로(250만원가량)를 훌쩍 넘지만 밀레는 서유럽 10개국에서 드럼세탁기와 진공청소기 부문 시장점유율 선두다. 독일 소비자연맹 조사 결과 재구매율은 96%, 14년 연속 소비자만족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중국산은 70유로면 살 수 있는 진공청소기를 2,000유로가 넘게 지불하면서도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명품이기 때문이다. 밀레는 1만5,000명의 임직원 중 25년 이상 근속사원이 8,700명에 달한다. 풍부한 고급 엔지니어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개발과 생산을 철저히 독일 내에서 진행하는 동시에 단종된 후에도 20년 이상 관련 부품을 생산하며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노세일(No sale)' 마케팅도 밀레의 브랜드 명품 전략. 밀레는 단기간의 매출 확대를 위해 밀어내기식 세일을 108년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라인하르트 진칸 밀레 회장은 "고객은 에르메스ㆍBMW처럼 오래도록 질리지 않는 제품을 찾는다"며 "요즘 한국 회사들은 기술력보다 디자인에만 지나치게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갈파했다. 국내 기업들이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모래바람(황사)에 덮인 생활가전="그만 둘 수도 없고 계속하기에는 부담스럽고…." 2001년 LG전자ㆍ삼성전자의 최고경영진은 맥쿼리 등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받아 들었다. 내용은 심각했다. 보고서는 외환위기 이후 변화된 경영환경 속에서 생활가전 산업은 미래산업이 아니라며 축소하거나 없앨 것을 권고했다. 가전사업의 위기를 맞은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과거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저비용 구조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도 기술개발과 디자인개발 등으로 프리미엄 전략에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 1차 결과는 절반의 성공. 매출액의 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핵심기술과 디자인 개발을 직접 챙겼던 LG전자의 생활가전 부문은 2001년 이후에도 매년 20%에 달하는 매출신장과 더불어 두자릿수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의 위협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성장의 기반이었던 생활가전은 또다시 위기를 겪고 있다. 중국 등 개도국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해외 가전시장에 침투하며 국내 기전업체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국의 가전업체 하이얼은 2005년 미국의 소형냉장고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는 등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대형 주방가전 시장에서는 2001년 2.8%였던 시장점유율이 2005년에는 3.9%까지 상승해 월풀ㆍ일렉트로룩스ㆍGE 등에 이어 업계 6위를 차지했다.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LG전자도 3.8%로 7위에 그쳤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저가 시장에선 한국 제품들의 가격경쟁력이 이미 개도국들에게 따라 잡혀 경쟁력을 상실했다"며 "중국 기업의 기술수준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어 기술력면에서도 점차 격차가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쳐라"=LG전자의 '트롬세탁기'는 2005년 하반기에 미국 유통매장 '홈디포'에 진출한 후 1년6개월 만에 판매점유율 50%를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들조차 LG전자의 이 같은 성공에 놀라는 분위기다. 성공비결은 바로 대형화를 통한 프리미엄 전략. LG전자는 홈디포와의 지속적인 정보교류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이 대용량 세탁기와 건조기를 선호한다는 점을 알아냈고 이에 맞춰 10㎏ 이상 대형 제품을 주력으로 선보였다. 특히 세계 최대 용량인 15㎏짜리 '컬러스팀트롬'은 최고 인기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LG전자가 '첨단 가전'을 앞세워 미국시장에서 프리미엄으로 자리매김했다"면서 "홈디포 등 대형 유통업체와의 전략적 제휴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노환용 LG전자 에어컨사업본부장(부사장)은 "철저하게 차별화된 제품만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며 "휘센 에어컨의 세계 1위는 소비자가 가지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전제품의 프리미엄화를 통한 수익성 확대는 국내 생활가전 업계에게 절체절명의 과제다. 선진국의 프리미엄 가전 기업들은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장인정신과 자신의 브랜드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뚝심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다. 우리도 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그래도 글로벌 시장서 해법 찾아야 낮은 브랜드 인지도 약점, 품질로 유통망·소비자 공략LG 에어컨·삼성 냉장고 판매 세계 1위 값진 결실 LG전자가 처음으로 자체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시장에 상륙한 지난 2001년 말. 회사 측은 가장 먼저 현지 유통망의 높은 벽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가 워낙 높다 보니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고심 끝에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전시회'홈빌더 쇼'에 인터넷 냉장고를 선보이기로 결정했다. 반응은 곧바로 나타났다. 미국의 최대 가전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가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깐깐한' 베스트바이는 계약을 앞둔 마지막 순간"인터넷 냉장고가 너무 혁신적이어서 과연 소비자들이 살지 모르겠다"며 계약을 철회하고 말았다. 당시 미국 유통망 진출을 진두지휘했던 강신익 LG전자 DD사업본부장은"다 된 줄 알았는데 막판에 계약을 틀어버렸어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식은 땀이 난다"고 회고했다. 결국 LG전자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던 베스트바이는 1년 후 LG전자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첫 물꼬를 트자 유통망들의'러브콜'이 쏟아졌다. 미국 전역에 3,000여개 매장을 확보한'홈디포'와의 공급계약 체결에 이어 미국 최대 백색가전 유통업체인'시어스'에도 입성했다. LG전자는 이 같은 유통망 확보를 기반으로 올해 북미시장에서 100억달러의 매출을 돌파하는 데 이어 오는 2010년까지 월풀ㆍ일렉트로룩스 등을 제치고 생활가전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주요 가전업체들은 대부분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가전 해외생산 비중은 2005년 72%에서 지난해 80%로 높아졌으며 대우일렉트로닉스의 해외생산도 전체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시장 공략은 값진 결실로 돌아오고 있다. LG전자의 에어컨 '휘센'은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1,228만대가 판매돼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트롬세탁기는 미국의 메이저 유통망인 베스트바이와 홈디포에서 각각 45%와 5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인 월풀과의 격차를 2배 가까이 벌렸다. 또한 삼성전자의 양문형 냉장고'지펠'은 유럽 13개국을 비롯, 총 50개 국가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하며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부문을 주도하고 있다. 워크아웃 중인 대우일렉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해외 18개 법인을 통한 수출에 힘입어 2003년 이후 생활가전 부문 매출이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가별 경제 수준에 맞는 포트폴리오 구성과 함께 프리미엄 전략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저가 시장과 프리미엄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면서도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적으로 창출함으로써 시장 우위를 확보하고, 고소득 국가에서는 기존 브랜드의 프리미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명규 LG전자 북미총괄 사장은"북미 등 선진 시장에서는 사업의 큰 틀인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며 수익성 기반의 사업구조를 강화해야 한다"며"개도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와 선진국 기업들의 프리미엄 공세 속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자면 국가별 시장상황에 따른 세부전략 설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입력시간 : 2007/03/2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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