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여전한 대결의식

사회문화부 정재홍 기자민주노총이 대정부 강경투쟁을 선언하고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 탈퇴 움직임을 보이는 등 올 봄 노동계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노동계와 재계, 정부는 서로의 주장을 양보없이 되풀이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국내 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노사불안은 외국인투자가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항으로 자칫 하다가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온 국민이 피땀흘려 이루어놓은 성과마저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실정이다.

노·사·정은 한목소리로 『항상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면서 상대방의 성의있는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자신은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양보를 바라고 있다. 마치 『상대방이 잃은 만큼 나는 더 많이 얻는다』는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하다.

노·사·정은 제1기 노사정위의 합의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노동계는 1기 노사정위 합의를 통해 노동자들만 고통을 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그같은 합의가 없었다면 우리 경제는 침체가 지속돼 노동자들의 고통이 더욱 심해졌을 것이다.

정부와 재계도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이해하고 이의 최소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제1기 노사정위에서 노동계가 자발적으로 정리해고를 수용하지 않았다면 IMF 위기극복은 요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사·정 합의정신은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는 지금 이 시점에도 꼭 필요하다. 노·사·정이 협력적인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의식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정부, 노동계, 재계는 서로 적이 아니다. 노사관계는 한 쪽이 많은 몫을 차지하면 다른 쪽은 그만큼 잃게 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국제경쟁시대에 협력적 노사관계는 파이를 더욱 크게 해 서로의 몫을 더욱 늘릴 수 있는 것이다.

노·사·정의 요구사항 중에는 서로 이해가 상충되는 사항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힘으로 밀어부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성실하게 협의하고 가능한 범위내에서 서로 타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주의의 장점중 하나는 의견이 다른 집단도 배제하지 않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정부와 노동계, 재계는 우리 경제의 세 기둥이라 할 수 있다. 한 기둥이 무너지면 힘의 균형이 깨져 경제가 무너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