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가 먼저 나와 측면에 배치되는 것은 출격하려는 진형이다. 분주히 돌아다니며 전차의 진형을 만드는 것은 공격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반쯤 진격했다 반쯤 후퇴하는 것은 유인하려는 것이다.’ 군대를 기동할 때는 지형을 이용하라는 행군(行軍)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적의 동태를 살펴서 그들이 기도하는 것을 먼저 알아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면서 동시에 날씨, 코스 등 외적인 환경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추위나 더위, 바람이나 비, 밝음이나 어두움 등은 골퍼가 반드시 이겨내야 하는 조건이다. 또한 긴 거리나 장애물(벙커, 해저드, 굴곡 등) 따위로 무장하고 있는 코스도 좋은 스코어를 위해 극복해야만 하는 요소들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 구력이 쌓이고 기량이 늘면 코스 설계가의 의도가 눈에 들어오게 된다. 적의 동태를 살펴 그들이 의도하는 바를 알아야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듯이 설계가의 디자인 방침을 꿰뚫을 때 보다 쉽게 원하는 성적을 올릴 수가 있는 법이다. 홀의 설계 특징에 따른 분류를 알고 나면 공략 계획을 좀더 명료하게 수립할 수 있게 된다. 먼저 ▦전략적인 홀이 있다. 그린까지 두세 가지 공략 루트가 있는 형태다. 무리하지만 않으면 파 정도의 스코어로 무난하게 마칠 수 있다. ▦페널티 홀은 보상보다는 무리한 모험에 따른 형벌이 큰 홀이다. 일반적으로 낙구 지역에 해저드나 골짜기, 페어웨이 양쪽의 OB구역, 깊은 벙커 등을 설치해 둬서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끊어 가거나 우회하는 공략이 필요하다. 다음은 ▦헤로익(heroic; 영웅의) 홀. 이는 페널티 홀과 반대로 과감한 모험을 통해 큰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샷의 거리와 정확성이 전제돼야 하지만 의도대로 보낼 경우 버디나 이글도 노려볼만한 홀이다. 이 같은 설계자의 의도를 먼저 캐치하면 목표의식을 가지고 공략에 임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한도를 벗어나지 말아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MBC-ESPN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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