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철강업체들도 부진 탈출을 꿈꾸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유럽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대비 50% 이상 수주 실적이 늘어났고 선박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아울러 조선업과 연관된 철강업체들도 이를 계기로 부진에서 탈출하며 동반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워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에만 대형 컨테이너선과 가스선 등 선박 총 76척, 금액으로는 124억달러를 수주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55억달러를 수주한 것에 비하면 2배가 넘고 연간 전체 수주액 148억달러의 80%에 이르는 수치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목표했던 125억달러 중에 77%(96억달러)밖에 채우지 못했지만 올해는 벌써 예상치(130억달러)의 80%에 이르는 103억달러를 수주했다.
다른 조선업체도 전반적으로 지난해 말부터 살아나는 시장 상황에 따라 늘어난 공급 물량을 따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됐던 조선업 시황이 지난해 말부터 회복되는 분위기"라며 "올해 상반기에만 발주량이 4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 자체적으로 보면 선가가 지난해부터 하방경직성을 보이며 상승 조짐을 보이자 바닥을 확인한 선주사들이 발주 물량을 늘려가고 있다. 유가 상승에 따라 연료절감형 선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환경 규제가 심해지며 친환경 선박을 필요로 하는 선주사들이 많아진 것도 조선업 회복을 부추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대비 50% 이상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강록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상선 발주량이 2016년까지 연평균 22.7% 성장하며 바닥을 찍고 수요 회복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본다"며 "조선 사이클은 3년 주기로 상승과 하락 곡선을 그리는데 지금이 '상승 3년'의 초입 단계"라고 설명했다.
조선업 시황이 회복 기미를 보이자 연관 산업인 철강업계도 동반 부진 탈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가고 있다.
경기 불황에 따라 할인율을 늘렸던 철강사들은 최근 조선 경기가 살아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후판 가격의 할인 폭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는 2ㆍ4분기 기업설명회에서 조선용 강재의 제품 가격 인상을 밝혔고 동국제강과 현대제철도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원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한 점도 있지만 조선소의 선박 건조량 증가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가격 인상을 가능케 하고 있다.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 생산량이 늘어나며 업계 상황을 대변하는 분위기다. 포스코는 2ㆍ4분기에 144만톤의 후판을 생산하며 지난해 3ㆍ4분기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동국제강도 올해 1ㆍ4분기 후판 생산량이 상승 반전하며 2ㆍ4분기에는 50만톤까지 회복됐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한 후판 출하 총량은 조선업 수주량이 증가함에 따라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 수주가 증가함에 따라 후판 역시 출하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내년 이후로 후판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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