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 흩어져서 지내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즐거운 날이지만 장시간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귀향길은 고생길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을 좁은 공간에서 있다보면 근육통과 스트레스가 오는 것은 당연한 일. 노약자나 만성 질환자의 경우 차 안에 오래 있으면 건강에 바로 무리가 올 수 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고, 술을 접할 기회도 많아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한양대병원 박훈기(가정의학과) 교수의 연휴건강법을 알아 본다. -장시간 운전시 주의할 점은. ▲장시간 운전을 할 때는 전체적인 피로도 문제지만 특히 눈 피로와 졸음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차 안에서 오랫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고 한 자세로 운전을 하다 보면 다리 근육에 피로가 오고 근육이 뭉치기도 하며 정신집중이 잘 안 된다. 따라서 운전을 하는 사람이나 동승 가족들은 적어도 1시간 반이나 2시간 간격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차 밖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체조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방법은 심장에서 먼 팔 다리로부터 시작해 한 근육당 10초씩 잡아당기면 된다. 그런 다음 목, 허리, 가슴 등의 순으로 회전운동을 하고 가볍게 뛰는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한. 졸음이 올 때는 가까운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10분이라도 눈을 붙인다. 무리하게 차 안에서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은 사고와 연결된다. -쥐가 나는 경우도 있는데…. ▲다리에 쥐가 나는 경우에는 의자를 잡고 종아리근육을 신장시키는 운동을 하면 상당히 도움이 된다. 벽에서 0.5~1.0m 거리를 두고 어깨 높이 정도에서 벽에 손을 짚고 뒤꿈치는 바닥에 붙이고 종아리가 당길 때까지 몸을 앞쪽으로 기울인다. 이 자세로 10초 정도 유지하고 5초 정도 휴식을 하며 여러 번 반복하면 풀린다. -멀미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멀미를 하면 구토증상이 오기 때문에 가급적 여행 직전에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고 과식하지 말아야 한다. 차 안에서는 가까운 데를 쳐다보지 말고 멀리 있는 산이나 들을 바라봄으로써 시각적으로 흔들리는 자극을 줄여준다. 공기가 덥거나 탁해도 멀미 증상이 심해지므로 창문을 열어 놓고 신선한 공기를 쏘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매연이 심한 지역에서는 냉방을 하고 창문을 닫아 준다. 멀미 약에는 항히스타민제와 항콜린성제제 두 가지가 있다. 항히스타민제제는 여행 1시간 전쯤 복용해야 멀미를 예방할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제는 졸리기 때문에 운전자는 먹어서는 안 된다. 붙이는 멀미약은 여행 8시간 전에 미리 귀 뒤에 붙여야 하고 흔들리는 여행을 하는 동안 계속 붙여야 한다. 입이 마르고 눈이 침침해지며 소변이 잘 안 나오는 증세가 부작용으로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녹내장이 있거나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사람들은 사용해서 안 된다. -식중독도 우려되는데…. ▲음식을 고를 때는 반드시 냄새를 맡아보고 인스턴트 식품은 유통기한을 확인한다. 현재의 보관상태가 중요하다. 차 트렁크 속이나 차 안에 둔 음식은 높은 온도에서 상하기 쉬우므로 음식을 너무 많이 준비하지 않는 것도 지혜이다. 조금이라도 상했다고 의심되면 미련 없이 버린다. 아이스박스를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과신하지 않는 것이 좋고 특히 냉장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집에서는 음식물을 가급적 끓여먹고 보관할 때는 냉장고에 보관하되 온도는 4℃ 이하로 유지한다. 식기 도마 행주 등 살균소독에 신경을 쓴다. 생선이나 육류처럼 상하기 쉬운 음식은 주의해서 먹고 가급적 충분히 익힌다. 간질환 당뇨 결핵환자의 경우 생선회를 먹지 말아야 한다. -풀 독으로 인한 접촉성 피부질환도 많이 발생한다. ▲그렇다. 우선 산에 갈 때는 긴 소매, 긴 바지를 입는 것이 바람직하다. 벌초작업을 할 때는 면장갑을 껴 풀이나 나뭇잎 등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막는다. 날카로운 풀잎에 베이면 피부에 미세한 상처가 나 가려울 수 있고, 어떤 경우 풀이 몸에 닿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옻나무이다. 그리고 풀 등에 직접 접촉해서 접촉성 피부염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옻을 타는 사람들은 비교적 심하게 반응을 나타내고 전신 증세가 따르므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거나 주사로 맞아야 한다. 반면 단순히 씻겨서 혹은 접촉성으로 생긴 피부염은 주로 가려움증이 문제가 되는데 피부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얇게 발라 줘도 좋다. 어린아이들은 손톱을 짧게 깎아 주고 긁지 않도록 한다. 가을철 일부 들풀은 꽃을 통해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천식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벌에 쏘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 ▲벌은 밝은 색보다 어두운 색의 옷을 더 좋아한다. 또 향수나 독한 화장품 냄새, 음료수 등 단내를 좋아한다. 따라서 산에 갈 때는 밝은 색 옷을 입으면서 진한 화장이나 향수는 피한다. 벌집을 괜히 건드졺릿?것은 벌에게 싸움을 거는 행동이다. 일단 벌이 눈앞에서 많이 보이면 있는 힘을 다해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다. 대개 벌이 날아오는 속도보다 사람이 뛰는 속도가 빠르다. 벌침의 독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한 번만 물려도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심하면 숨도 차고 저혈압에 정신마저 잃을 수 있다. 벌에 많이 물릴수록 반응이 심하다. 50방 이상 물리면 매우 심각해진다. 만약 벌에 쏘였을 경우에는 물린 자리의 벌침을 제거해야 하는데 빳빳한 책갈피 모서리로 조심스럽게 밀쳐내듯이 제거하는 것이 좋다. 핀셋 등으로 제거하면 독을 지닌 주머니가 터져서 위험하다. 물린 자리는 깨끗이 씻고 부었으면 얼음찜질을 하는 것이 좋다. -뱀에 물렸을 때 응급조치는.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독사는 살무사, 불독사, 까치독사 등이며 삼각형의 납작한 머리모양과 두 개의 독침을 갖고 있다. 타원형의 찢어진 눈 모양이 일반 뱀과 구별이 된다. 뱀에 물리면 일단 독사인지 아닌지 구별해야 한다. 독사에게 물렸을 경우에는 두 개의 독침 즉 이빨 자국이 뚜렷이 나타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U자 모양의 이빨 자국만 남게 된다. 일단 독사에게 물린 게 확인되면 물린 자리 위쪽을 고무줄이나 밴드 등으로 감아서 정맥혈 및 임파액의 순환을 차단해야 한다. 이때 동맥혈관까지 눌리면 말단 조직이 썩게 되므로 적당히 동여매야 한다. 최소 2시간 이상은 그대로 두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 물린 부위는 0.5~1.0㎝ 길이에 0.5㎝정도의 깊이로 칼로 짼 후 독을 빨아낸다. 물린지 15분 이내 이렇게 하면 독을 50%까지 제거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2시간 이내 병원으로 가서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 독사에게 물린 후에는 전신적으로 혈액질환, 신장질환 등 합병증이 생기므로 반드시 병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조심할 전염병은. ▲가을철에 많이 발생하는 전염병은 유행성출혈열, 쯔쯔가무시병, 렙토스피라증이다. 이 세가지 전염병의 특성은 쥐 같은 동물의 배설물이나 진드기 같은 매개체를 통해 전파되며 사람끼리의 전파는 없다. 흔히 유행하는 지역이 있는데 주로 농촌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고 산이나 들로 나갔던 적이 있는 사람에게 발생한다. 잠복기는 1주일~한달 정도이다. 초기에는 심한 감기몸살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특징적인 것은 갑자기 고열이 생겨 수일간 계속되고, 눈에 충혈이 오는 것이다. 두통 요통 소화불량 증상이 동반할 수 있으며 몸에 발진이 오기도 한다. -각각의 차이는. ▲쯔쯔가무시는 진드기가 붙었던 피부에 딱지가 붙어 있으며 이러한 상처는 진단을 내리는데 아주 중요한 소견이다. 갑자기 열이 심하게 오르면서 수일 내 머리가 아파 오고, 눈이 빨개지며, 몽우리가 잡힌다. 열이 나기 시작한 날로부터 1주일 정도 후에 몸통에 열꽃이 생기고, 사지로 타고 내려오다가 2-3일만에 없어진다. 유행성출혈열이나 렙토스피라증은 고열, 두통, 반점, 눈 충혈 등이 오는 것이 특징이고 허리가 아프거나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하지만 세 가지 질병은 증세만으로 구분이 안 되기 때문에 피검사를 받아야 진단이 가능하다. -예방법은. ▲장갑과 장화를 신고 긴 소매가 있는 옷을 입고 일을 하며 가을 논일을 할 때 논물을 미리 뽑고 말린 후에 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고 쥐를 잡아야 한다. 우선 야외에서 작업을 할 때는 피부 노출부위를 가급적 줄여야 한다. 직접 잔디밭이나 들에 눕거나 앉지 말고 깔개를 사용한다. 유행성출혈열의 경우 신장기능의 이상이 합병증으로 올 수 있고, 렙토스피라증은 간염이나 폐렴 등이 합병증으로 오기도 한다. 쯔쯔가무시는 치료약이 있고, 렙토스피라증이나 유행성출혈열은 합병증 관리가 중요하므로 입원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과식 후 배탈이 났을 때는. ▲과식한 경우에는 당연히 더 이상 먹지 말고 더부룩한 증세가 심하고 잘 내려가지 않으면 소화제를 복용한다. 토하거나 설사를 같이 하면 수분섭취를 충분히 해야 하고, 설사가 심하면 전해질을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설사와 함께 열이 지속되면 다른 균에 의한 설사일 수 있다. 그러므로 설사가 3일 이상 가거나 피가 섞여 나오거나, 설사의 양이 물처럼 많이 나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숙취를 없애는 방법은. ▲술을 마실 때는 안주를 든든히 고루 먹어야 하고 과음을 한 뒤에는 최소한 2~3일은 안 마셔야 간을 보호할 수 있다. 숙취를 없애려고 해장술을 찾는 분은 알코올 중독일 가능성이 있다. 술 마신 다음날은 대개 부드러운 음식으로 위벽을 달래 주어야 하고 물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속이 안 좋다고 빈속으로 있으면 메스꺼운 증세가 심해질 수 있다. 간장약을 과신해서는 안 되고 실제 술로부터 간장을 보호해 준다는 명확한 근거도 없다. 오히려 술을 더 마시게 되는 빌미만 줄 수 있다. -연휴 때 미리 준비할 상비약이 있다면. ▲간단히 진통제, 소화제, 피부연고, 소독약 정도는 기본으로 갖춰둔다. 조금 욕심을 낸다면 항히스타민제도 상비하고 있다가 두드러기나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때 사용하면 좋다. 만성질환자인 경우에는 평소에 먹던 약을 꼭 챙긴다. 특히 천식이나 협심증 환자들은 비상약을 챙겨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