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배당·무상증자 등을 통해 이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코스닥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질주하고 있는 코스닥시장에 또 하나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한 코스닥시장은 지난 6일 '마의 600선'을 6년 8개월여 만에 돌파한 후 연일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24일에도 코스닥지수는 전날 대비 5.79포인트(0.94%) 오른 621.31을 기록했다. 2008년 6월13일 이후 최고치다.
과거 코스닥시장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고 기업들도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데 인색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스닥 기업들도 장기투자를 유도해 기업가치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현금배당, 자사주 매입, 무상증자 등 주주친화정책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현금배당을 공시한 코스닥 상장사는 268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곳이나 늘어났다. 배당 총액은 6,85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34억원 증가했다.
특히 실적이 다소 부진하지만 현금배당을 결정한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메가스터디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3,245억1,200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2.4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68억7,200만원으로 6.61%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400억9,100만원으로 2.73% 감소했다. 실적부진에도 메가스터디는 보통주 1주당 2,2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메가스터디의 시가배당률은 4.0%로 2013년 코스닥 평균 시가배당률(0.7%)의 5.7배에 달한다.
지난해 '마른 장마'로 큰 타격을 입은 제습기 제조업체 위닉스(044340)와 영업이익이 10억8,224만원으로 전년 대비 24.9% 감소한 국순당(043650),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0.5%나 줄어든 영우통신 등도 각각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네오티스(085910)(6.7%), 고려신용정보(049720)(5.55), YBM(5.0%), 동양에스텍(4.6%), 청담러닝(4.3%) 등의 시가배당률이 4%를 넘는다. 유가증권시장을 대표하는 현대차(005380)와 삼성전자(005930)의 시가배당률이 각각 1.7%, 1.0%인 점을 감안하면 '통 큰' 배당인 셈이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과거 배당에 인색한 코스닥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시세차익뿐이었다"며 "코스닥 기업들 사이에서 배당 관행이 자리 잡으면 투자 관행도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개인 투자자 비중이 87%나 되는 코스닥 기업들이 배당을 확대할 경우 이는 국내 개인들의 배당소득 증가로 바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무상증자 기업도 증가 추세다. 올 들어 23일까지 무상증자를 결정한 기업은 5곳으로 지난해의 4곳, 2013년의 2곳에 비해 늘어났다. 무상증자는 주식대금을 받지 않고 기존 주주들에게 새로 발행한 주식을 나눠주는 것으로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나고 자본금이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무상증자는 주가에도 즉각 반영되고 있다. 상보(027580)는 4일 무상증자 결정 공시 이후 곧바로 상한가로 직행했다. 감마누 역시 1월22일 무상증자를 공시하고 다음날인 23일 상한가를 쳤다. 모베이스(101330)와 라이온켐텍도 무상증자 결정 이후 5% 이상 주가가 올랐고 이후에도 꾸준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무상증자는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지만, 기업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는 주가가 반짝 상승한 뒤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자사 주식을 되사들이는 기업도 크게 늘었다. 올 들어 데브시스터즈(194480)·연이정보통신(090740)·빅솔론·삼진엘앤디 등 16개 기업(신탁계약 체결 결정 포함)이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곳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 자사주를 취득하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물량이 줄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연이정보통신은 1월5일 주가안정을 위해 보통주 100만주(23억원)를 매수했다. 다음날인 6일 연이정보통신은 전일 대비 15.00% 오르는 등 상한가로 직행했으며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이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시가총액 규모가 작고 개인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에 자사주 취득에 따른 주가영향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코스닥 기업이 정부 정책에 발맞춰 배당을 확대하고 주주친화 정책을 펴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다만 무상증자와 자사주 매입 등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지만 실질적으로 회사의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