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0일 방송진흥 업무를 새로 출범할 방송통신위원회에 두기로 했다. 인수위는 한나라당과 협의, 이번 주 안에 방통위 관련법과 직제를 확정할 계획이다. 방통위가 방송진흥 업무를 가져감에 따라 명실상부한 방송ㆍ통신 융합기구가 탄생할 전망이다. ◇막강해지는 방통위=방송진흥 분야는 지난 16일 정부조직개편안 발표 뒤 문화부에 둘지, 방통위에 둘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박형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은 “방송영상을 컨텐츠로 보고 문화부에 두는 것을 검토했지만 방송정책 일원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려면 방통위에 두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인수위가 방통위 손을 들어줌으로써 방통위는 향후 방송정책수립 시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방송 분야 진흥 업무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대비한 규제완화가 맞물리면서 방통위 정책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출판물, 영화, 영상 등 콘텐츠 전반에 관한 진흥 업무를 담당하려는 문화부와의 힘싸움에서 승리한 것도 눈여겨 볼 만한 점이다. 소관 부처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신문ㆍ방송 겸영문제를 문화부에서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간접 평가기준이 되기 때문. 물론 방송통신융합기구 설치법을 제정할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에서 이들 내용이 바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방통위 업무와 관련, 여야간 합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재웅 인수위 방송통신융합 TF팀장(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 법안소위위원장)은 “변수가 있긴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 신설에 대한 인수위 안을 방통특위가 거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방통위가 방송 진흥업무를 가져왔지만 남은 과제가 산적하다. 우선 방통위원 선임 방법과 직제 등을 정해야 한다. 인수위는 국회 방통특위와 협의해 관련법과 방통위 직제안을 조만간 마련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현행 방송위와 정보통신부 일부가 합쳐져 출범하는 데 200여명의 방송위 직원들이 민간인 신분으로 연봉이 높은 편에 속해 공무원 전환이 간단치 않은 상황이다. 박 위원도 이에 대해 “기술적으로 좀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ㆍ다음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 진흥과 규제를 어떻게 할지도 논란거리다. 이에 대해서는 문화관광홍보부가 진흥 업무를, 방통위가 규제와 정책업무를 맡아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은 “이제는 인터넷도 방송이나 IPTV처럼 하나의 매체로 보고 다뤄야 한다”며 “단 진흥과 규제는 나눠서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합의제 위원회는 기본적으로 의사처리 과정이 느리고 일처리 효율이 낮다”며 “향후 방통위의 성격을 규정하거나 관할 업무를 나눌 때 이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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