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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댐 무용론' 거세진다
입력1999-03-14 00:00:00
수정
1999.03.14 00:00:00
김상연 기자
「북한강 유역에는 많은 댐을 건설하여 발전과 홍수 예방에 이용할 뿐 아니라, 각종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중학교 1학년 사회 교과서 52쪽)사람들에게 댐은 대개 「좋은 것」으로 인식돼 있다. 교과서에 나와 있듯이 전기를 얻고, 농업·공업에 필요한 물을 대준다. 큰 홍수가 나면 사람들의 관심은 소양강댐의 수문을 여느냐, 마느냐에 쏠린다.
그러나 댐은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요즘 많은 사람들이 「댐 무용론」을 부르짖고 있다. 댐이 일으키는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강원도 동강의 「영월댐 건설」을 둘러싸고 「댐 무용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댐의 피해는 생태계 파괴다. 산림청이 낸 보고서는 「동강 유역은 희귀하고 독특한 식생과 경관을 이루고 있어 국가 차원에서 산림생물 서식공간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천연기념물을 비롯해 수많은 야생동물의 보금자리, 기암괴석과 천연 석회암 동굴이 하루 아침에 댐 건설로 물 속에 잠긴다.
생태계 파괴 뿐만이 아니다. 많은 학자들은 댐이 홍수를 막는다는 사실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고 말한다. 홍수가 날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면 물은 순식간에 댐의 저장 능력을 넘어선다. 댐은 어쩔 수 없이 많은 물을 한꺼번에 내보내야 한다. 결과는 하류 지역의 대규모 홍수다. 한국교원대의 정동양(鄭東陽)교수는 『홍수를 조절하려면 보통 때는 물을 바로 흘려보내고 홍수 때는 불어난 물을 모두 가두는 소형댐을 강 상류에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댐에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오래 되면 녹조(식물성 플랑크톤이 늘어나는 현상)까지 생긴다. 물이 썩고 녹조 현상이 심해지면 식수로는 물론 농업용수로도 사용하기 힘들다. 수도권 주민의 상수원인 팔당댐의 물은 식수로 사용할 수 없는 3급수로 전락했다. 충남 보령댐에서도 깨끗한 1급수 물이 댐에 들어와 3~4급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수자원공사의 관계자는 『2000년대가 되면 물이 매우 부족해질 것이며 해결방안은 댐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수자원공사측은 또 2011년 11억톤의 물이 부족하다고 예상한다. 그래서 댐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댐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필요한 물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석현(李錫玄) 국회의원(국민회의·안양 동안을)은 『우리나라의 1인당 물 공급량은 영국, 프랑스의 거의 2배이고 수돗물 값은 일본의 6분의 1 수준』이라며 『물 사용량을 줄여 물 부족 현상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오래된 수도관을 교체하고 지하수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댐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96년 상수도 누수량은 9억㎥로 영월댐의 용량보다 훨씬 많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높다.
70~80년대 「쓸모없는 땅」으로 간주된 개펄은 요즘 「생명의 보고」로 각광받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간척사업으로 메운 개펄을 다시 복원하는 사업이 한창이다. 근대화와 개발의 상징으로 꼽힌 댐 역시 앞으로 정반대의 운명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김상연 기자, 과학문화지원단 성낙환】
◇기사속 박스기사 - 우리나라의 댐
우리나라에서는 섬진강댐이 지난 65년 처음으로 건설됐다. 이후 한강 유역의 소양강댐, 충주댐, 낙동강 유역의 안동 남강댐, 합천댐, 임하댐, 금강 유역의 대청댐, 주암댐 등이 건설됐다.
우리 나라 전체 다목적댐의 총 저수량은 111억톤, 연간 물 공급은 93억톤, 홍수가 났을 때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은 18억톤이다. 우리나라 댐중 가장 큰 것은 소양강댐(29억톤)이다.
댐이 환경을 파괴하고, 물을 오염시키는 등 부작용이 늘어나면서 댐 건설을 반대하는 주장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소양감댐의 방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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