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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는 우리의 얼굴

이런 총체적 무질서 때문에 길은 좁아지고 교통흐름은 엉망이 되고 혼란함은 극치에 이르렀다. 도로 위의 혼란함 역시 사고발생의 쌍둥이격이니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도로 위의 무질서 정도는 한 국가의 국민 의식이랄까, 선진화 정도를 그대로 드러내는 얼굴같은 것인데, 정녕 낯이 붉어지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두 사람이 모여도 줄을 선다는 외국인의 합리주의적 시각으로 보면 해괴망측한 일이 분명하고 요사이 각 금융기관의 회계기준이 소위 말하는 국제적 정합성을 요구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돌도끼와 컴퓨터의 모순된 공존」을 목격하는 듯한 개탄스러운 심정이다. 이케하라 마모루라는 일본인 작가가 쓴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인 비판」이라는 책에서도 한국의 무질서와 불합리한 관행을 이미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특히 도로를 무단으로 점거한 채 사람을 복병으로 삼고 수레를 바위로 내세워 종횡무진하는 일부 노점상 문제는 그냥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이 불가불념(不可不念)의 사태는 공익보다는 사익을 우선시하는 상업적 단견과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의 소산이겠지만, 투표에 의해 선출되는 민선구청장이 표밭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적극적인 단속을 회피하는 데서도 비롯된 것 같다. 세상의 많은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하루벌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부 영세 노점상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공익은 크고 사익은 작으니 교통질서 확립은 공익 지향점으로 개인의 장사보다는 먼저인 것이다. 영세 노점상에 대해서는 다른 대책을 강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목이 좋은 자리를 차지한 일부 노점상은 웬만한 규모의 가게 수입을 상회하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또 노점상 자리 배정 등의 특혜 과정에서 국가에 납부해야 할 세금이 자릿세로 폭력배에게 흘러 들어갈 우려를 완전히 불식할 수 없다. 판매상품에 대한 안전성 여부를 검증할 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노점상들의 결집이 확대되고 있는데 만약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에서 국가 유지에 대한 일방적 소유권 등을 주장한다면 그 해결 방안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도로가 좁은 반면 차가 많다. 그래서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교통사고 다발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길거리 노점상 정리를 포함해 교통질서 확립을 위한 일부 자치단체장의 직무활동은 매우 소극적이라는 느낌이다. 도로는 도로여야 한다. 원칙을 지키고 교통질서를 확립하는 대국적 견지에서 국민·민선구청장·관계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 <이석용 손보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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