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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박훤구 한국노동연구원장(로터리)
입력1997-03-29 00:00:00
수정
1997.03.29 00:00:00
박훤구 기자
필자는 70년대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연구자문팀의 일원으로 사우디에 체류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당시 중동건설붐을 타고 약 20만명 이상의 한국인 근로자들이 중동지역의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한국의 중동건설진출의 공과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중동진출로 인해 많은 한국인들이 외국문물을 접하고 국제화가 되는 중요한 계기였다는 것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필자가 중동에서 근무하는 우리 근로자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우리 민족의 「거침없는 기개와 개척정신」이었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수십대의 트레일러 군단, 바다끝까지 방파제가 이어지는 주베일항만공사 등 그 당시 중동건설 현장을 보았던 이들은 누구나가 공감하는 것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요즈음은 우리의 임금수준이 크게 올라 외국근로자들이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형편이며, 우리의 해외투자가 날로 확대되어 이제는 동남아저임국 뿐 아니라 북미, 유럽 등에도 우리기업의 해외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의 해외투자기업들이 현지 적응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전세계에 뻗어 나가고 있는 우리 기업의 활동이야말로 해외개척의 첨병이라 하겠다.
작년 여름, 유럽의 한국투자기업 몇 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특히 구 동독지역에 위치한 브라운관 공장의 경험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한 회의실에 중년의 독일 근로자들을 모아놓고 우리 젊은 기술자가 열심히 교육 시키고 있는 현장을 보고 『이것이 바로 세계화의 현장이구나』라고 느낀 바 있다. 공장책임자에 의하면 예전에 우리기업의 해외활동이 주로 세일즈 중심이었으나 직접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이제 우리가 그들의 고용주로서 변화되어 현지에서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동건설에서 시작한 우리의 해외진출이 지난 20년간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해서 세계속의 한국을 심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해외직접투자가 보다 확대됨에 따라 국내산업의 공동화와 고용감소 등 부작용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되는 바도 크다. 또한 지난 수년간의 해외투자확대과정에서 경제성이 낮은 투자도 상당히 있었다고 알려지고도 있다. 그러나 해외투자는 국제경제질서의 변화속에서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대응전략으로, 국내적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앞으로 계속해서 세계로 뻗어나가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민족의 기개와 개척정신은 앞으로도 계속 지구촌으로 펼쳐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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