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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축 核’ 北만 남았다
입력2003-10-23 00:00:00
수정
2003.10.23 00:00:00
김광덕 기자
유럽선 "환영"…美는 "실천이 중요"
이란이 21일 핵확산 금지조약(NPT) 부속의정서 서명 및 우라늄 농축 중단 입장을 밝힘으로써 이란 핵 문제가 완전 타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에따라 핵 개발을 둘러싼 최대 이슈는 북한 핵으로 모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지목했던 이라크 이란 북한 등 3개국 가운데 이라크, 이란의 대량살상무기(WMD) 논란은 각각 무력과 외교적 방식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됐기 때문이다.
▲ 이란의 핵 개발 중단 선언
이란의 카말 카라지 외무장관은 21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3개국 장관을 이란으로 불러 회담을 가진 뒤 핵무기 개발 포기를 약속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 중 눈길을 끄는 것은 핵 의혹 시설에 대한 유엔사찰단의 불시 사찰을 허용하는 NPT 부속의정서에 서명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이와함께 우라늄 농축과 핵 재처리 활동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은 또 “핵무기는 이란의 방위 전략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럽 3개국 외무장관들은 이란의 핵무기 포기 대가로 핵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인정했다.
▲ 북한 핵 해결 촉구 여론 증폭 계기
국제원자력기구와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최근 핵 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제기할 때 북한과 함께 이란을 주요 타깃으로 거론해왔다. 특히 EU는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대한 우려를 표시할 때 북한보다는 이란을 1차적 대상으로 겨냥했었다.
그러나 이란 핵 문제 타결이 이행 단계로 접어들 경우 핵 문제의 초점은 주로 북한에 맞춰질 것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국제 사회의 여론이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북한에 핵 무기 개발 프로그램 동결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동시에 미국에게도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미국과 유럽의 미묘한 입장 차
유럽 국가들은 이란의 공동 성명에 대해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그러나 미국은 일단 환영하면서도 “실천이 중요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이 NPT 부속의정서에 서명한다면 긍정적 조치가 될 것”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의 BBC 방송은 “이번 합의는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이란 수준의 핵 석유 매장량을 가진 국가에는 민간용 핵 개발도 필요 없다고 주장해온 미국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미국은 이란 문제로 유럽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우려해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 하타미 대통령의 승부수
공동성명 발표는 개혁파인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BBC 등은 이란과 유럽 간 합의를 개혁파의 외교적 성과로 평가했다. 미국 공격에서 벗어나면서 민간용 핵개발 허가까지 얻어냈다고 선전할 수 있게 개혁파가 이 같은 성과를 계기로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개혁파는 국제사회와 협조해 핵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추종하는 보수 강경파들은 “굴욕 외교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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