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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100세시대] 미운 오리새끼의 자존감

노년기 신체 경제력 등 한꺼번에 변화<br>미리 준비 적응하면 백조의 기쁨 누려

서동필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

 미운 오리새끼는 다른 오리들과 털색깔도, 몸집도, 울음소리도 모두 달랐다. 그래서 친구들은 미운 오리새끼를 구박하며 같이 놀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미운 오리새끼의 자존감은 낮지 않았다. 자신과 놀아줄 새로운 친구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났다.

 삶을 버티게 하는 힘 자아존중감, 줄여서 자존감(自尊感)이라고도 하는 이는 간단히 자신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자존감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이다. 누가 보더라도 못난 사람일지라도 막상 그 사람의 자존감은 충분히 높을 수 있다.

 스스로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삶의 질에 커다란 차이가 생긴다. 스스로를 비하하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 즉 자존감 낮은 사람의 삶의 질이 좋을 리 만무하다. 거꾸로 자존감 높은 사람의 삶의 질은 높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래서 자존감이 낮으면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자존감이 급격히 떨어지는 고령의 초반에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유난히 많은 이유다. 그러나 이 시기를 잘 넘기고 적응을 한 이후에는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감소한다. 결국 고령 초반의 높은 자살 생각률은 나이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나이가 들어 늙었다는 인식과 환경의 변화에 적응을 못해 자존감이 급격히 떨어짐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나이 들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이 변화에 적응을 하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증가해 자존감이 떨어진다.

 나이 들면서 겪게 되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신체의 변화다. 각종 감각기능이 무뎌지고, 면역력도 약화돼 질병에 걸리는 횟수도 늘어난다. 신체능력의 급격한 저하는 자신이 노인이 되어가고 있음을 가장 직접적으로 자각하게 하는 것이어서 이에 대한 적응이 원만하지 못할 경우 스스로를 한탄하거나 무능하다고 여기게 돼 자존감이 떨어지게 된다.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변하고 또 이에 적응해야 되는 중요한 또 다른 부문이 바로 관계다. 부부, 자녀, 친구 등과의 관계가 노년이 되면서 역학구도가 변하기 때문에 적응이 필요하다. 가족과 부딪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가정에서의 역할을 찾지 못해 소외되기도 한다. 관계적응에 실패하면 고립감과 소외감 등이 커져 자존감이 떨어진다.

 이외에도 은퇴와 동시에 고정수입이 없어지게 되므로 자칫 경제적으로 힘들어질 수 있는 상황에도 적응해야 한다. 갑자기 늘어난 자신만의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여가측면에서도 적응해야 한다. 하나의 변화에 적응하기도 벅찬 문제인데 이 모든 변화가 노년기 초반에 모두 닥치니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하다.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에릭슨은 노년기에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변화에 순응하거나 적응을 하지 못할 경우 심리적으로 절망에 이르게 되고, 결과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이어진다고 했다. 대신 자신의 지나온 삶에 만족하면서 현실에 순응하고 적응을 할 경우 자아통합(자존감 상승)을 통해 지혜를 얻게 된다. 지혜와 공포 중 어느 것을 얻느냐는 결국 이러한 변화를 미리 예견하고 사전에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길을 떠난 미운 오리새끼는 결국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 백조로 거듭나는 기쁨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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