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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채무 보상·인수자금까지 요구
입력2002-02-15 00:00:00
수정
2002.02.15 00:00:00
■ 하이닉스 매각협상 난기류마이크론 제안 곳곳 독소조항 "거래관행 무시"
하이닉스반도체의 매각이 자칫 실타래처럼 꼬일 조짐을 보이는 것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제시한 40억달러에 미국 유진공장의 부채와 잔존법인 투자부분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헐값 매각'이란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된 게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15일 마이크론이 채권단에 11억달러의 신디케이티드론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각에 회의적인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게다가 매각대금 배분을 둘러싼 채권 금융기관간 갈등과 잔존법인에 대한 감자ㆍ액면병합 가능성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집단 반발 우려도 하이닉스의 매각협상이 양해각서(MOU)도 체결하기 전부터 삐걱거리게 하는 원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수면 아래 잠복했던 '독자생존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 헐값 시비 급부상
매각 합의 가격(40억달러선)에는 우선 변제되는 하이닉스 미국 유진공장의 해외부채 10억달러가 포함됐다.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은 "마이크론이 하이닉스 비메모리 잔존법인에 투자할 부분(지분 20~25%)까지 포함돼 있다"고 말해 실제 가격은 25억~30억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최소 50억달러를 넘는 메모리 7개 팹(공장) 라인을 절반 값에 넘기는 셈이다.
여기에 매각대금 중 소액주주들의 매수청구권에 최소 10억달러 이상을 쓸 경우 채권단 몫은 2조원 내외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총부채 6조7,000억원 중 하이닉스의 여타 사업부문 매각을 통해 빚상환을 하더라도 잔존법인에는 3조원 가량의 빚이 남게 된다. 게다가 잔존법인 부채 중 2조~3조원 가량을 탕감받으면 그야말로 '땅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다.
◆ 채권단 내부갈등 고조
채권단 몫이 적다보니 이를 차지하기 위한 금융권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금융 관행상 매각대금은 '담보여신→신규자금지원분→무담보여신'의 순서로 분배된다.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불만이 적다. 40%에서 최고 80%까지 대손충당금을 쌓은데다 우선순위도 앞서기 때문.
산업은행의 경우 여신 1조원이 대부분 담보여서 70~80%의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 한빛ㆍ외환ㆍ조흥은행 등도 40%의 대손충당금을 적립,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출자전환하기로 했던 전환사채(CB, 약 3조원)를 분배기준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손실규모가 달라져 논란이 예상된다. 출자전환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매각대금 분배 때 후순위로 밀리고 손실도 더 커진다.
금융권 중 불만이 가장 큰 곳은 역시 투신권이다. 하이닉스 회사채 1조4,000억원 가량을 갖고 있는 투신은 매각액 40억달러로는 하이닉스 회사채를 추가 상각(현재 20%)해야 하는 처지. 이 경우 돈을 맡긴 고객들이 동요할 수밖에 없다.
결국 다음주 중 채권단 회의가 열리더라도 75% 이상의 동의를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고 MOU 체결일도 의외로 늦춰질 수 있다.
◆ 소액주주들 집단 반발
하이닉스 주주의 90.7%에 달하는 30만 소액주주들은 주식병합이나 감자 가능성이 흘러나오면서 집단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팍스넷 인터넷 토론방에는 소액주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기하고 나섰다.
소액주주들이 집단 반발에 나설 경우 매각 성사는 불투명해진다. 매각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참석주주의 3분의2 찬성과 발행주식의 3분의1 찬성이 요건이다.
주식매수청구권 등을 통해 소액주주들을 위무하는 작업도 하이닉스의 실탄(현금) 수준을 감안할 때 만만찮다.
◆ 불거지는 독자생존론
헐값에 파느니 좀더 추이를 지켜본 뒤 매각 재추진을 결정하자는 주장이다. 반도체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자신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
특히 메모리 매각 이후 남은 하이닉스의 잔존법인이 사실상 껍데기로 생존능력을 확신하기 힘들다는 점도 독자생존 주장을 부추기는 주장이다. 박 사장은 이에 대해 "독자생존을 위해서는 2조원 가량의 신규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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