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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골프와 직업
입력1999-11-14 00:00:00
수정
1999.11.14 00:00:00
앞 뒤 신경 쓰면서 뛰는 사람은 십중팔구 월급쟁이들이다. 뒷짐지고 느긋이 걸어가는 사람들은 대개 자영업자들이다.월급쟁이는 비록 회장일지라도 바쁘게 뛰고 자영업자는 그 규모가 작은 것이라할지라도 유유히 팔자걸음을 걷는 곳이 바로 골프장이다.
스코어를 보면 또 직업을 짐작할 수 있다. 공무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싱글에 가깝다. 재벌 회장들은 대개 자치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설마 골프에서까지 관존민비를 실천하자는 것은 아닐테지만 공무원들은 지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고 집착·집중력이 강하기 때문에 골프에 강하다.
한국과 일본의 골프치는 사람들은 닮은 점이 있다. 도구를 매우 중시한다. 현대과학의 정수를 모아 개발했다는 새 클럽이 발매되기만하면 불티나게 팔린다. 덕분에 골프채의 수입은 늘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된다.
한국과 일본의 골프치는 사람들은 전혀 닮지 않은 면도 있다. 내기가 그것이다. 한국의 골프치는 사람들은 내기를 거는 것이 보통이다. 현금을 건다. 일본사람들도 내기를 하기는 하지만 쵸코리트 등 상징적인 것에 한정한다.
근자 박세리 김미현 등 낭자군의 활약에 힘입어 골프도 도덕적 기피 대상에서 대중화로 한걸음 전진하고 있다.
대중화도 좋지만 그에 앞서 골프문화를 제대로 뿌리내려야 한다는 결백론자도 물론 있다. 한국의 골프는 너무 타락돼 있다는 것이다. 골프를 즐기는 매너나 에티켓, 혹은 골프장 운영 등의 여러 측면에서 고쳐야 할 점이 하나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조(元祖)인 영국의 골프에 견주면 한국의 골프는 골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배우고 흉내내는 것 중에서 원조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것이 어디 골프뿐인가. 거창하게 말하면 한국의 민주주의도 원조 민주주의와는 그 모습이 사뭇 다르고 자본주의의 운영도 원조의 그것은 아니며 기업경영도 매우 한국적이다. 같은 씨를 심더라도 심는 곳이 다르고 풍토가 다르면 그 열매도 달라지 듯이 골프든 민주주의든 문화의 이식도 풍토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달라지게 마련이다.
다른 점을 탓하고 원본대로 교정하자는 노력도 물론 필요하지만 다를 수밖에 없는 풍토를 수용하는 것도 무리를 피하는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지나치게 근엄한 골프는 우선 재미가 없다.
鄭泰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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