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IMF 체제 2년의 교훈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들어선 지 2년이 지났다.지난 2년간 우리 경제는 토끼가 용궁에 갔다 온 것과 같은 경험을 했다. 지난해 경제가 고작 1%대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에 철렁했던 국민들은 사상 유례없는 5%대의 마이너스 성장에 맞닥뜨려야 했다. 평생직장 개념이 깨지고 새로 100만이 넘는 실업자가 양산돼 연말에 실업자는 170만, 실업률은 8%에 육박했다. 200개가 넘는 금융기관이 문을 닫고 매일 100개가 넘는 기업이 넘어졌다. 금리와 환율은 폭등하고 주가는 폭락하며 임금도 처음으로 떨어졌다. 그 와중에서 소비와 투자가 꽁꽁 얼어붙었다. 단기에 갚아야 할 외채는 600억달러대인데 외환보유액을 바닥이 났다. 투자 부적격국으로 낙인찍혀 외자도입도 부진, 언제 국가가 파산할지 모르는 풍전등화의 상태였다. 「빚진 자가 죄인이로소이다」의 자세로 높은 가산금리를 물며 외채상환을 연장받는 것만도 감지덕지했다. 이런 밑바닥 상황을 경험했던 우리 경제가 올해는 눈부시게 올라왔다. 경제가 잘해야 2% 성장할 것이라고 지난해 말에 예측됐는데 연 9%대의 고속성장을 보이고 있다. 공장가동률이 80% 수준으로 올라서고 투자와 실업을 뺀 대부분의 거시지표가 IMF 이전수준을 거의 회복하거나 넘어섰다. 금리와 환율은 안정세이고 주가는 강세이다. 외환보유액은 11월에 684억달러로 늘어나고 사상 처음으로 순채권국이 됐다. 투자 적격국으로 다시 격상돼 외국인 투자자금이 밀려들고 있다. 이제 부유계층의 소비과열과 물가불안, 지나친 원화절상을 걱정할 정도가 됐다. 2년 동안 격세지감이 드는 극심한 부침을 겪으면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 어떤 교훈을 배워야 하는가. 필자가 보기에는 적어도 네 가지 교훈을 배워야 한다. 그중 우리 정부와 국민이 제대로 배운 것으로 평가되는 것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 투명하지 않은 경제운영과 기업경영은 세계화 시대에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확한 통계의 공개, 국제기준의 기업회계, 투명경영은 이제 기본이다. 그동안 임시 봉합해왔던 대우문제를 정부가 노출시키고 정공법으로 대책을 세운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IMF 체제의 교훈을 제대로 살린 것이다. 둘째, 국내외 금융시장은 단기에 과잉 조정할 수 있고 국제 투기자금이 세계적으로 교란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의 건전성 규제감독을 강화하고 대외불균형이 오래 지속되지 않도록 하며 유사시 국제투기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정부와 국민이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는 두 가지를 들어본다. 첫째, 우리 경제위기의 공동정범은 정·관계(政官界)와 재벌이므로 재벌개혁 못지않게 정·관계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선진국들은 공공 부문의 전면적 혁신을 통해 전체 경제사회 부문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혁신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공공 부문의 선도적 혁신이 없다. 공무원시장을 개방하는 것 못지않게 재정을 내실있게, 공기업을 더욱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 관료제의 환골탈태와 부패구조를 도려내는 정치개혁이 긴요하다. 재벌에 요구하는 만큼의 개혁을 공공 부문이 일구어내고 비생산적인 정치가 혁파돼야 IMF 관리체제를 일으킨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을 고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우리의 고질적인 냄비경제 체질을 고치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지난해 예상을 뛰어넘어 경제가 곤두박질하고 올해에 또 예상을 뛰어넘어 질주하는 것은 우리 경제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V자형의 급격한 경기상승은 득 못지 않게 실이 많다. 금리·임대료·물가 등 가격변수에 머지않아 상승압력을 가하고 국제수지에 주름살을 미친다. 소득과 부의 분배도 악화시킨다. 학계와 한국은행이 선제적 경기조절정책을 주문하는 것은 이런 부작용을 미리미리 완화시키자는 것이다. 앞으로는 5∼6%대의 경제성장에 자족하면서 여력을 안정과 형평에 쏟아야 한다. 「최선을 기대하되 최악에 대비한다」는 말은 경제에는 맞지 않는다. 「최악에 대비하면서 차선과 균형을 도모한다」가 경제철학이 돼야 한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는 두 가지 교훈은 처음 두 교훈보다 더 중요하다. 이 교훈까지 익히고 실천에 옮길 때 우리는 새 천년 벽두에 선진경제권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