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증시는 올 들어 글로벌 증시가 달려가는 동안 제자리걸음만 해왔다. 수급 부담과 지난해 4ㆍ4분기 실적에 대한 실망이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4월은 변화가 예상된다. 앞서 달려갔던 글로벌 증시는 속도 조절 또는 정체가 뒤따를 수 있지만 우리 증시는 상대적인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어닝에 대한 기대 수준이 이미 낮아졌다는 점이다. 부진한 4ㆍ4분기 실적이 반영돼 이익수정비율(ERRㆍEarning Revision Ratio)은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가 있다. 향후 ERR의 상향 조정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과도하게 하락한 이익 기대 수준이 복원되는 것만으로도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될 것이다.
둘째, 수출 증가율의 개선 가능성이다. 1~2월 합친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포인트 정도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 10년간 평균인 14.6%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원화가 강세를 유지하면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분위기는 앞으로 개선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로 원ㆍ달러 환율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정책 기대감의 반영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달에는 국내 거시정책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특히 내수 부문에 있어서 투자 부재와 부동산 경기 부진이라는 두 가지 부담을 덜어낼 계기가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의 효용성 여부는 검증이 필요하지만 일단 중요한 것은 정책의 시행과 부정적인 심리의 개선이다.
우리는 지금 중요한 사이클 전환기에 있다. 경기 회복기로의 이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투자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현미경이 아닌 망원경이다. 과거에 시선을 맞추면 '펀더멘털과의 괴리가 큰 상승'이라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미래를 본다면 증시를 둘러싼 신용 및 경기 사이클의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글로벌 통화 정책이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고민으로 넘어서는 3ㆍ4분기 중반까지 성장에 대한 베팅은 유효하다. 오히려 지금 고민의 초점은 숲(코스피지수 전망)보다 나무(종목 선택)에 있다. 과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수 상승 반전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견고했던 금융주와 산업재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다. 또 중소형 성장주에 대한 종목 찾기가 수익률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지금은 현미경으로 신중하게 눈 아래의 것을 볼 때가 아니라 망원경으로 과감하게 멀리 있는 것을 당겨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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