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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신 냉전시대] 3부. 백년대계의 자원정책 <4> 한국형 '에너지믹스'를 찾아라

당분간 원전이 공급대안… 신재생자원 기술개발·경제성 높여야

수명 다한 원전 안전성 보강해 계속 운영 필요

원전·가스·석유 등 적정 배분… 수급균형 모색을

전 세계 에너지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한국이 우리 실정에 맞는 ''에너지믹스''를 찾을 때까지는 원자력발전이 징검다리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007년 계속운전 판정을 받아 가동 중인 고리 원전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정부는 지난 1월 '2차 에너지기본계획(2014~2035년)'을 발표했다. 건국 이래 최초로 기본계획을 내놓은 지 6년 만이다. 2008년의 1차 기본계획과 비교해보면 원전 비중(전력설비 기준, 41%→29%)이 크게 낮아졌고 '수요관리' 개념도 도입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계획에 따라 에너지수급과 에너지 안보, 온실가스 감축효과 등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사이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내외 에너지 환경은 숨 가쁘게 변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동권의 지정학적 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주요 전력원(源)인 원전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 신규 건설, 계속 운전,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 전 단계에서 마찰음이 커지는 상황이다. 또한 6차 전력수급 계획에 따라 원전 후보지인 강원도 삼척시는 최근 원전유치 신청을 철회하겠다며 주민투표 동의안을 가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에너지 공급지도도 들썩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달 26일 미국에서 생산되는 셰일가스를 도입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운영선사 발주 공고를 냈다. 이 가스는 오는 2017년부터 매년 200만톤씩 한국에 도착하게 된다. 미국발(發) 셰일가스 혁명이 마침내 한국에도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한국형 '에너지믹스'를 찾는 게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믹스, 딜레마 빠진 한국=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서 에너지믹스 정책은 우리 경제의 앞날을 바꿀 정도의 중요한 사안으로 분류된다. 에너지믹스는 원자력·가스·석탄·석유 등 주요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해 안정적으로 수급균형을 조달하느냐를 따지는 문제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의 에너지 계획은 일정 수준 쏠림 현상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전체 전력설비의 41%를 원전에서 충당하겠다고 짜놓은 1차 에너지기본계획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이를 29%까지 떨어뜨렸지만 여전히 원전 의존도는 높다.

그렇다고 나머지 주요 에너지원인 석탄이나 가스로 방향을 틀 수도 없다. 먼저 석탄의 경우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뿜어낸다는 점이 문제다. 학계는 국내 원전을 모두 석탄화력 발전으로 교체할 경우 국가 전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18%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장 정부는 내년부터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할 예정인데 만약 석탄발전의 비중을 높인다면 뒤에서는 석탄발전을 독려하면서 앞으로는 탄소배출을 규제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된다.



발전소 덩치가 원전 못지않게 커 부지 선정과 송전망 건설 또한 만만치 않다. 가스발전은 발전소를 짓기 쉽다는 장점이 있으나 연료 가격이 여전히 비싸다는 점이 문제다. 미국산 셰일가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막대한 운송비용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과제다.

불모지와 다름없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정부는 203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로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공급여건이 열악한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100만㎾급 발전시설을 짓는다고 가정할 경우 원전은 서울 여의도 면적의 10분의1 수준인 33만㎡ 정도의 부지만 있으면 충분하지만 태양광은 이보다 100배 이상 큰 3,300만㎡의 땅이 필요하다. 사계절이 뚜렷해 일조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제성도 낮다. 더구나 신재생에너지는 전력생산 단가가 비싸 확대정책을 유지할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이 39.25%(2010년 대비)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규태 동국대 원자력에너지공학부 교수는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높이고 원자력의 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계속 원전, 합리적 검토해야=이 때문에 상당수 에너지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전이 안정적 에너지 공급의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분한 기술개발이 이뤄지기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전 신규 건설부터 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에 이르기까지 원전을 둘러싼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정부는 5차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2024년까지 총 11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지만 앞으로 어떤 변수가 생길지 예측하기 어렵다. 삼척시처럼 주민들이 원전 건설에 반대하고 나선다면 이를 강행할 명분이 약한 게 사실이다.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에 안정성을 보강해 원전을 계속 운영하는 '계속운전' 역시 검토해볼 만한 대안이다. 현재 가동 중인 국내 원전 가운데 10기는 앞으로 20년 내 설계수명이 끝나며 월성1호기의 경우 운영허가 기간(30년)이 지난 2012년부터 가동을 멈췄다. 계속운전이 가능하다면 신규 원전건설 부담이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원전운영 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 세계 원전 435기 중 계속 원전 승인을 받은 원전은 전체 34.5%인 150기에 달하며 30년 이상 운영되고 있는 원전도 194기에 이른다는 것이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월성1호기에 대해 9,000여건의 설비개선 작업을 완료했다"며 "가동한 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월성1호기의 수명을 연장하면 최대 2,269억원의 적자를 보게 돼 폐로 절차를 밟는 게 더 경제적"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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