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 발생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코스닥 상장사 A는 지난해 내부 결산 결과 4ㆍ4분기 실적이 3·4분기 누적 실적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허위 공시하면서 주가가 이틀 새 30% 넘게 뛰었다. 이후 유상증자로 자금조달까지 했지만 결국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최종 상장폐지됐다.
코스닥 상장사 B는 지난해 결산을 앞두고 전년 매출액 대비 260%에 달하는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주가가 반등하자 대주주는 이내 보유한 주식을 매도했고 이후 실적 악화 및 감사의견 거절로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12월 결산법인의 결산 시즌을 맞아 경영진이나 주요 주주가 내부 정보를 악용하는 데 대한 주의보가 발령됐다. 상장폐지를 앞두고 실적을 허위 공시하거나 감사의견 부적정 의견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시 전 미리 주식을 매각하는 사례가 실적 시즌이면 어김없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10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12월 결산법인의 결산실적 관련 투자유의안내를 발동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가 우려되는 12월 결산법인의 주요 주주 또는 임직원이 실적악화 또는 감사의견 등과 관련된 중요 정보를 공시 전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과거 사례를 볼 때 상장폐지 사유 발생을 인지한 상황에서도 호재성 정보를 알려 일반투자자의 매수를 유인한 후 일시적인 주가 반등시 보유물량을 매도하는 불공정 거래가 올해도 발생할 가능성이 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자본잠식이나 감사의견 거절 등의 사유로 상장폐지되는 사례는 매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제외하고 지난해 상장폐지된 기업 25개사 중 17개사가 자본잠식이나 감사의견 사유였다. 코스닥시장의 결산 시즌 상장폐지 건수는 지난 2011년 25건에서 2012년 20건, 지난해 17건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전체 상장폐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43%에서 지난해 68%로 증가했다.
결산 관련 불공정거래 발생 기업의 주요 특징으로는 직전 분기까지 영업실적 및 재구무조 등이 취약한 기업이 결산보고서 제출기한 임박 시점에 주가가 급등락하거나 거래량이 급증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 시장환경이 크게 개선되는 등 외부적인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재무실적이 급격히 호전된 기업도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단기간 최대주주가 빈번하게 변경되는 경우나 사업목적 변경으로 고유 수익모델이 취약해지는 기업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결산 시즌에는 특히 기업 실적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투자하는 경우 주가급락 또는 상장폐지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며 "결산 관련 불공정거래 발생 기업의 주요 특징을 참고하고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가 우려되는 종목에 대한 추종 매매를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해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은 31일로 상장사들은 이달 중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보고서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편 외감법상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은 정기주주총회 1주일 전까지며 상장법인은 감사보고서를 제출 받은 당일 이를 공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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