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말한 그 바꿔치기가 결행된 후로는 상당히 미세한 바둑이 되었다. 구리는 어떻게 진행되어도 백이 반집이나 1집 반쯤은 이긴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천야오예의 국후 소감은 특이했다. “제가 그 바꿔치기에서 조금 이득을 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승패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한껏 버티었을 뿐입니다. 무아지경이라고나 할까요.” 끝내기에서는 쌍방이 이렇다 할 실착을 두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바꿔치기가 승부를 갈랐던 모양이다. 끝내기 과정에서 서봉수와 윤현석이 ‘무서운 수’가 남아있다고 귀띔했던 내용을 소개하면…. 구리가 100으로 두었을 때 아마추어였으면 걸려들 만한 묘수풀이가 등장할 뻔했다고 한다. 참고도의 흑1로 두기 쉽지만 그것은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 백2로 두는 순간 거대한 흑대마는 그대로 절명이다. 하지만 프로라면 이런 함정에는 빠지지 않는다. 최후에는 102의 자리 패가 승부였다. 천야오예는 무섭게 버티어 이 패를 이겼고 숙원이던 1승을 거두었다. 해설실에서 함께 걸어나오면서 필자가 서봉수에게 물었다. “혹시 구리가 흥행을 위해서 슬쩍 한판 져준 것은 아닐까?” “아닐 거야. 그런 생각 자체가 프로답지 못한 것이지.” “져준 것 같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걸.” “아니라니까.” (109, 115, 121…103. 112. 118…102) 221수 이하 줄임 흑2집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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