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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검토 시늉'만…

환경단체 눈치보기 급급, 기업만 골병들어<br>규제완화 요구 거세…최종 변수는 남아


정부가 하이닉스반도체 수도권 공장 연내 증설을 사실상 불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를 강력히 요구해온 재계의 불만을 일시적으로 잠재우기 위해 ‘검토 시늉’만 계속 해온 것으로 알려져 당사자인 하이닉스와 수백여개의 관계사, 투자자들을 혼란으로 몰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천 공장 증설과 관련해 정부가 시장에 혼란스런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지만 ‘부활한 하이닉스’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주자는 규제개혁 옹호론도 급부상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하이닉스 증설, 산 넘어 산=정부가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의 등에서 건의받은 수도권 규제완화는 하이닉스 증설 등 총 8건이다. 현대제철ㆍ팬택 등 4건은 수도권 내 성장관리권역이어서 정부가 허용을 적극 검토 중이지만 하이닉스처럼 자연보전권역에 해당하는 곳도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ㆍ건설교통부 등은 자연보전권역에 대기업의 공장 신ㆍ증설을 허용한 사례가 아직까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매우 꺼려왔던 게 사실이다. 공장 증설에 대해 경제적 타당성보다는 정치적 부담을 더 크게 우려했다는 얘기이다. 이처럼 하이닉스의 이천 공장 불허 쪽으로 방침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재경부의 관계자들이 잇따라 “허용을 검토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흘리는 것은 그저 시간끌기용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또 “반도체 생산 공정에 사용되는 구리 때문에 이천 공장의 증설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하이닉스 측은 “카파(구리, Cu)가 문제가 된다면 카파를 쓰지 않는 공장을 지을 수도 있다”며 공장 증설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거세지는 규제완화 요구가 변수=이 같은 상황에서도 재기에 성공한 하이닉스에 도약의 기회를 빼앗을 수 있느냐는 동정론이 확산되고 있고, 획기적인 규제완화만이 ‘투자와 경기를 살리는 길’이라는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천 공장을 필두로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청주 공장은 다른 투자계획이 있다”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이천 공장 증설 외의 마땅한 카드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경기도 기흥과 화성에 반도체 공장을 모아놓고 고급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3%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권오규 경제부총리마저 “사실상 불황”을 언급하면서 정부의 인위적 경기부양보다는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활성화가 바람직한 경제정책의 방향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증설 투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13조5,000억원에 달하고 수도권 규제가 완화되면 추가 투자도 수조원 이상 뒤따를 수 있는 상황이어서 고민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도 “증설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산업자원부를 통해 수차례 구두로 통보한 바 있다”면서도 “앞으로 하이닉스 측이 구체적인 사업내용을 밝히면 사전환경성검토ㆍ환경영향평가 등 공식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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