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역 새판짜기에 도전장 내민 한국…TPP 경제도약 기회이자 시장개방의 위기
=일본이 도화선 된 한국의 TPP 참여…. 미국 동남아 남미 시장 일본이 잠식 우려
=경제 실익을 놓고는 아직 찬반 팽팽…. 다자 FTA 시장에 상존하는 변수가 너무 많아
=농산물 개방 지켜낼수 있을지가 최대 난관…. 한일 공조 필요성도 제기
우리 정부가 결국 미국 주도의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체제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는 것으로 맘을 굳혔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무역 새판짜기에서 배제될 수는 없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최근 미국 유타주에서 열린 TPP 수석교섭관회의에서 다음달 TPP의 ‘잠정 합의’ 가능성이 흘러나오자 우리 통상당국이 더 이상 TPP 참여를 늦출 수는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본 등 총 12개국이 참여하는 TPP는 모든 분야의 관세철폐를 목표로 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 시장이다. 참여국의 인구가 7억8,000만명에 달하고, 명목 국내총생산(GDP)합계는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TPP는 경제 도약을 위한 새로운 도전임과 동시에 쌀 시장을 비롯, 전면적인 시장 개방에 노출되는 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의 TPP 참여…일본이 도화선 됐다=올 초까지만 해도 통상 당국 내부에서는 우리가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ㆍ유럽연합(EU)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TPP에 참여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우리는 TPP에 참여한 12개국 중 7개국과 이미 FTA를 맺었고 호주ㆍ뉴질랜드 등 FTA를 맺지 않은 국가들과는 교역량도 크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6월 내놓은 '신통상정책 로드맵' 역시 TPP보다는 한중 FTA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산업부는 한중 FTA를 통해 아시아를 둘러싼 각종 다자 FTA의 '린치핀(linchpinㆍ핵심축)'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의 TPP 참여가 급진전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FTA 실적에 있어서 우리보다 한참 뒤처진 일본이 엔저를 등에 업고 TPP를 통해 단숨에 우리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미국은 물론 동남아와 남미 시장에서까지 일본의 경제적 영향력이 지금보다 커질 경우, 우리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TPP 경제실익 얼마나 되나.. 아직까진 갑론을박=우리의 TPP 참여는 정치적인 측면에서 볼 때 최대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아시아의 맹주인 일본과 한국을 모두 TPP에 끌어들임으로써 중국을 제치고 아시아 경제 패권을 장악하는 실익을 거두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적인 이득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까지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이 정도 규모의 다자 FTA는 시장에 상존하는 변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국이 TPP에 가입했을 때 10년 동안 실질 GDP가 2.5~2.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석유정제품, 섬유 순으로 우리 수출이 증가할 것이며 불참할 경우 0.1~0.19%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실익은 거의 없을 것이란 반론도 팽배하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FTA 체결국가 5개 중 일본과의 교역은 오히려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져 마이너스가 예상되고, 나머지 4개 국가와 교역규모가 크지 않아 전체적인 GDP 증가효과는 0.1~0.2%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산물 개방이 최대 변수.. 한ㆍ일 손잡을 수 있을까=TPP참여가 확정된 가운데 앞으로 우리 통상당국이 부딪힐 최대 난관은 농산물 시장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느냐이다. 당장 미국은 TPP를 통해 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과 쌀 관세화 이후의 추가 관세 인하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TPP 참여국 가운데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도 모두 농업 강국이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 등을 대상으로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강력히 요구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이미 TPP참여를 염두에 두고 ‘성역’이었던 농산물 시장 개방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쌀, 밀ㆍ보리, 소고기ㆍ돼지고기, 유제품, 설탕원료 등 5개 농업 분야를 제외하고 전체 교역품의 95%까지 관세를 없애겠다고 밝히고 있다. 5개 농업 분야에 대해서는 일부 개방은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이 TPP에 참여할 경우 일본과 손을 잡고 다른 참여국들의 전면적인 농산물 시장 개방 압력을 막아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시장 개방은 양측 정부 모두에게 거센 정치적 압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국이 협상테이블에 앉을 경우 일본과의 공조를 통해 농산물 시장 개방 압력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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