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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반대 큰 부담… "득보다 실" 판단

KB금융, 우리금융 인수전 불참<br>확실한 도약 기대되는 ING생명에 총력 전망<br>사모펀드도 입찰 주저… 매각작업 표류 가능성<br>"원점부터 재논의" 지적

우리금융 인수와 관련해 유력후보로 꼽혔던 KB금융이 결국 인수전 불참을 선언했다. 주주 및 노조 반발, 정치권 반대 등이 불참의 이유로 거론된다. KB금융지주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전경. 사진제공=KB금융지주


KB금융지주가 우리금융 인수전에 불참하기로 최종 결정한 배경에는 자칫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했다가 KB금융그룹 전체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력 대선후보들의 확고한 반대 입장에다 금융 노조의 반발,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경기 등 어느 것 하나 녹록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거스르는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전에서 AIA생명의 예상 밖 본입찰 포기로 KB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우리금융 인수 포기를 유인하는 돌발변수로 작용했을 개연성이 높다.

임기를 1년여 앞둔 어윤대 회장 입장에서도 시너지가 불분명한 우리금융보다는 확실한 도약을 기대할 수 있는 ING생명에 더 구미가 당겼을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이번 결정으로 우리금융 매각 작업은 다음 정권에서도 장시간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금융의 민영화가 13년이나 늦어진 만큼 제대로 된 원칙을 세워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사진 "득보다 실이 더 크다"판단=이날 간담회에서 KB금융 상당수 이사들은 정권 말 무리한 우리금융 매각 작업에 발을 담그는 것 자체가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해석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대선 정국에서 메가뱅크를 추진하려는 시도가 무모하다는 '현실론'이 득세했다는 얘기다.

한 금융계 인사는 "설사 인수전에 참여한다고 해도 외국인 주주와 정치권과 결탁한 노조설득, 독점은행 탄생에 따른 여론 부담 등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가시밭길을 자청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지 않았겠냐"며 "주위 상황이 우호적이어도 쉽지 않은 판국에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라고 촌평했다.

사실 금융계에서는 KB금융이 이미 우리금융 인수전에서 마음을 접었다는 관측이 파다했다. 호사가들은 오히려 '우리금융매각 불가론'을 내건 박근혜 새누리당 유력 대선후보가 갈림길에서 주저하고 있는 어 회장의 심적 부담을 덜어줬다는 분석을 내놓을 정도였다. 박 후보의 발언을 어 회장이나 금융당국이나 '할 만큼 했지만 불가항력이었다'는 면피구실로 삼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판 깨져…다음 정권으로 공 넘어갈 듯=유력후보였던 KB금융의 불참으로 우리금융 예비입찰도 물 건너 간 분위기다. 현재 우리금융 매각 주관사로부터 투자설명서를 받은 곳은 KB금융과 MBK파트너스, IMM 등이다. 유효경쟁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두 곳 이상이 입찰에 응해야 한다. 그런데 IMM의 경우 컨소시엄 구성을 시도하던 교보생명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최종 입찰에 응할지 미지수이고 MBK파트너스의 전략적 투자자인 새마을금고도 KB금융이 불참하면 자신들도 입찰에 응하지 않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애초부터 KB금융을 염두에 둔 매각작업이었던 만큼 전제조건이 허물어지자 도미노처럼 판이 무너지는 상황인 셈이다. 유효경쟁이 성립한다고 해도 PEF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충분한 조건만 갖추면 PEF에도 매각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판이 깨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점부터 매각 작업 재논의될 듯=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금융의 바람직한 민영화 방식을 두고 설왕설래가 여전하다. 메가뱅크 추진을 놓고서도 금융회사의 부실이 문제되고 있는 판국에 부적절하다는 목소리와 그래도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 있다.

사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합병 가능성을 놓고서도 두 은행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소매금융에 치중하는 판국에 합병 후 시너지가 나겠느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았다. 특히 메가뱅크 추진은 금융산업의 발전 방향과도 연관이 깊은 만큼 다음 정권에서 또 다시 격론이 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금융 민영화 3대원칙 가운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민영화'는 서로 상충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 매각 방식을 놓고 인수합병을 비롯해 국민주 매각 방식, 다른 금융지주 참여 방식 등 다양한 구도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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