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재정위기 등 해외 위험요인들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산되면서 증시 큰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 큰손들은 국내 증시가 당분간은 이들 변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당초 계획보다 투자를 연기하거나 현금화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강남 일대 증권사의 고액자산가 고객들은 지난 26일 코스피지수가 폭락한 이후 연평도 사태가 어디까지 번질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일단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적극적인 투자를 미룬 채 보수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6일 코스피지수는 1,901.80로 마감되며 1,900선을 간신히 지켰지만, 시가총액 상위종목 상당 수가 2~3%씩 급락하면서 고액자산가들이 체감하는 하락 폭은 더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병용 우리투자증권 강남프리미어블루 팀장은 “대형주가 예상보다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면서 당초 코스피지수 1,900선에서 저가매수에 나설 계획이던 VIP고객들도 1,850선으로 낮추는 분위기”라며 “올해 안에 2,000선을 넘기 힘들다는 전망이 매수를 더욱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보수 성향의 일부 고객들은 아예 현금화를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한현철 대우증권 WM클래스 도곡센터장은 “고객들이 연평도 도발 이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외국인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것 같다“며 “주식 등에 투자하기보다 가지고 있는 자산을 현금화할까 문의하는 고객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동안 주가가 단기조정 양상을 보일 때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던 거액자산가들이 최근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북한발 악재 외에 주가상승의 발목을 잡을 악재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 재정위기의 경우 포르투갈 등 다른 유럽국가로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고, 중국의 추가긴축에 대한 부담감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경기가 고점을 찍었다는 분석과 함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이 잇따라 하향조정 되면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도 존재하는 상태다. 하지만 거액자산가들의 탐색기가 다소 길어지는 것일 뿐,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이들의 특성상 과도한 주가하락이 나타나면 다시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저금리가 장기화되고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악재들만 잦아들면 주가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진단 때문이다. 박경희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지점장은 “고객들은 이미 노출된 악재보다 유동성이 유지될 수 있는 지에 관심을 보인다”며 “환금성과 성장성을 따져봤을 때 현재로선 국내주식이 가장 확실한 투자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표성진 미래에셋증권 압구정지점 차장은 “유동성이 곧 물가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최근에는 국내주식 외에도 물가연동국채 등 인플레이션에 올라탈 수 있는 상품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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