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맹’ 의사 처방에 게임중독 더 악화

방학을 맞아 온라인게임에 탐닉하는 청소년들 가운데 게임중독증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으나 인터넷과 게임에 익숙하지 못한 일부 정신과 의사들이 제대로 처방을 내 놓지 못해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처방이 중독증을 악화시켜=서울 서초동에 사는 박모(20)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난해 대학교에 입학한 후 온라인게임에 더욱 탐닉, 결국 휴학까지 했다. 박씨가 지난 3월 정신과를 찾았을 때 담당 의사는 “너무 꾸짖지 말고 자유롭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제풀에 지쳐 그만둘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모는 의사의 권유대로 했고 박씨의 게임중독증은 오히려 더욱 심해졌다. 박씨는 방에서 거의 나오지도 않고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는 진짜 게임중독자가 돼 버렸다.

◇인터넷 관련 전문의가 필요=예전 게임은 주로 단계를 거치는 `스테이지`(stage)형 게임이어서 결말을 보면 싫증을 느껴 중독성이 낮았다. 그러나 요즘 게임은 지속적인 업 데이트가 가능한 데다 `네트워크`형 게임이 대부분이어서 중독성이 훨씬 높다.

즉 온라인 게임의 이런 속성을 모르는 `겜맹` 의사가 “게임을 하다 보면 싫증을 낼 것”이라는 처방을 내리는 경우가 많은 것. `일단 놔두라`는 처방이 오히려 청소년들로 하여금 변화무쌍한 게임에 더 몰두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대금결제 관련 분쟁도 급증=29일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게임 중독자가 늘어나는 것과 함께, 게임서비스 관련 피해접수 건수는 2001년 18건에서 2002년 168건으로 9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이중 42%(70건)가 방학인 8~9월에 집중됐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147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의 90%에 육박했으며 이중 부모 동의 없는 미성년자 결제로 부당요금이 청구된 경우가 전체의 81.6%(120건)나 차지했다.

소보원측은 “온라인 게임 관련 표준약관이나 지침이 없어 신규사업자 및 유료 게임서비스 제공업체들도 업체 운영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의 어기준 소장은 28일 “게임중독은 몰입 후 바로 중독현상을 보여 `자각` 단계가 없다”며 “폭발적인 인터넷 게임산업의 성장세를 감안할 때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