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은 최고의 경제부처라고 불리는 재경부 내에서도 핵심 중의 핵심이다. 금융시장과 금융기관들을 직접 통제, 돈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합해 재정경제부가 된 뒤에도 금융정책국은 옛 재무부 이재국의 영화(?)를 되새기며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 자부해왔다. 모피아(Mofia)로 불리는 재경부의 별칭 역시 이들 옛 재무부 금융정책국 라인에 근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모피아 출신들이 잇따라 구속되거나 체포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직 금융정책 라인 역시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 90년대 말과 2003년 금융시장 위기상황에서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주도, 경제대란을 막았다고 자부했지만 당시 일들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재경부 금융정책 라인 출신들에 대한 압박은 검찰이 14일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과 관련,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을 구속하면서부터 예고됐었다. 당시만 해도 상당수 재경부 관계자들은 “뭔가 오해가 있을 것이다. 변 국장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며 변 전 국장의 개인 일로만 치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틀 뒤인 16일 검찰은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과 관련,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에 대해 전격 출국금지했다. 이어 감사원은 19일 2003년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고 21일에는 연원영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까지 현대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체포됐다. 이날 30여년간 재무부와 재경부에서 근무했던 김유성 전 대한생명 감사도 체포됐다. 올해 들어서만 구속된 재경부 출신 관료는 우병익 KDB파트너스 사장(전 은행제도과장)과 변 대표 두 명이고 체포는 연 전 사장과 김 전 감사 등 2명으로 모두 4명이다. 문제는 구속ㆍ체포되거나 출국금지된 인물들이 내로라하는 거물이라는 점. 이 전 부총리나 변 전 대표는 말할 것도 없고 연 전 사장 역시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에는 재경부 은행구조조정 특별대책단장으로 일한 구조조정의 상징적 인물 중 한 명이다. 검찰의 칼날이 비단 전직 관료에게만 향해 있지 않다는 점은 현직의 금융정책 라인을 긴장시키고 있다. 외환은행 헐값매각의혹 사건 수사가 본격화된 만큼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으로 론스타의 은행 대주주 자격 승인 업무를 담당했던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를 비롯한 관련 관료들의 조사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경부와 재경부 출신 경제관료들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도 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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