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6시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에는 삼성그룹 사장들을 태운 검은색 대형 세단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그룹 사장단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행렬이다. 회의 시작은 오전8시부터지만 사장들은 하나같이 새벽 별이 보이는 이른 시간 도착해 서둘러 출근도장을 찍었다.
특히 이날 회의에는 지난 2일 발표된 사장단 인사를 통해 새롭게 합류한 신임 사장 8명 가운데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 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을 제외한 승진자 7명이 전원 참석해 새 기운이 느껴졌다. 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삼성SDS로 자리를 옮긴 전동수 사장과 그 자리를 이어받은 김기남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삼성카드에서 삼성물산으로 이동한 최치훈 사장 등 소속이 바뀐 경영진도 새로운 명함을 들고 사장단회의에 임했다.
이날 회의에서 신임 사장들은 기존 사장단 멤버들과의 간단한 인사와 함께 앞으로의 포부와 계획 등을 짧게 보고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우남성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사장단 인사 직후 처음으로 열린 회의 분위기에 대해 "언제나 그랬듯 좋았지만 오늘은 새로운 얼굴들이 있어서 더 좋았다"고 전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신임 사장단 모두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고 말했다. 서준희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은 "신임 사장들의 포부를 들어보니 앞으로 잘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새로운 얼굴들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생애 첫 삼성 사장단회의에 참석했던 신임 사장들도 이날 회의를 끝마치고 각자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사장은 사장단회의 직후 앞으로의 각오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웃으면서 "이제 죽었다고 봐야 한다"며 "많이 배우고 있고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비장한 포부를 내비쳤다. 이번 사장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종호 삼성전자 세트제조담당 사장과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도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삼성물산 대표이사 겸 건설부문장을 맡게 된 최치훈 사장은 취임 소감에 대해 "과거 GE에 근무할 당시에도 항상 새로운 사업들을 많이 맡아왔고 (이번 삼성물산 사장도) 삼성 입사 후 벌써 네 번째 보직"이라며 삼성카드의 성공신화를 토대로 삼성물산을 잘 이끌어갈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삼성그룹은 사장단 인사에 이어 5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하루 전인 4일에는 인사 대상자들을 상대로 이미 인사 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올해 삼성 임원인사 역시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기반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확실시되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대규모 임원 승진자들이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고공행진을 이끈 정보기술(IT)·모바일(IM) 부문의 경우 승진연한을 뛰어넘는 조기 임원 승진자들이 다수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아울러 이번 인사를 통해 또다시 사상 최다 여성 임원 시대를 열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삼성그룹 여성 공채 1기는 물론 2~3기 출신에서도 조기 발탁 가능성이 점쳐진다. 삼성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여성인력 중용 방침에 따라 2010년 7명, 2011년 9명, 지난해 12명 등 매년 여성 임원 승진자를 늘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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