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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해괴한 한·미 특수관계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무엇인가.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을 보면서 이런 물음을 다시 던지게 된다. 해방 이후의 미 군정시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한국(남한)사람들에게는 미국과의 관계를 특수관계로 보는 고정관념 같은 것이 자리잡았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맹방을 넘어서 혈맹의 관계로 맺은 최대의 우호국가라는 관념의 형성이다.상당수의 한국인들이 미국을 선호하고 신뢰할 뿐 아니라 미국에 의존하는 경향까지 들어낸다고 할 정도로 기울어진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아직도 많은 한국인의 대미감정은 가히 맹목적인 것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비판자들 가운데는 미국에 종속된 한국경제와 미국만을 추수하는 한국문화의 풍토를 지적하는 사람이 나오고 있다. 동티모르 파병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질 때도 한·미 특수관계의 증상이 드러났다. 우리가 듣기로 동티모르 파병의 명분은 학살당하는 동티모르 주민들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책임있는 정부당국자의 입에서는 해괴하고 미묘한 말이 나왔다. 홍순영 외교통상부 장관이 국무회의(9월28일)에서 파병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을 거론했다는 보도내용을 보자. 익명을 부탁한 한 장관은 홍장관의 발언을 가리켜『동티모르 파병은 미국의 요청이기 때문에 거절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들었다』고 전했다는 것이다. 이에 「홍외무의 해괴한 발언」이라는 논설기사가 뒤따를 판이었다. 노근리 양민학살에 관해 미국의 책임을 따지는 과정은 더욱 해괴했다. 노근리 양민학살은 일부 국내언론이 94년에 폭로했지만 전혀 공론화되지 못했다. 피해자 가족이 구성한 노근리사건 대책위원회가 정부에 진상규명을 탄원했으나 묵살되었다니 참으로 해괴한 노릇이다. 미국의 AP통신에 근무하는 한국인 기자 최상훈씨의 기사로 집단학살은 비로소 미국내에서 공론화될 수 있었다. 최상훈씨는 이 끔찍한 학살사건의 죄상을 반세기 동안 가린 주범으로 「한국과 미국의 특수관계」를 꼽았다. 한국과 미국의 특수관계는 한국정부의 대응태도에서도 드러난다. AP보도 이후 미국정부의 초기 반응은 발뺌하는 수준이었고 한국정부의 공식입장은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수준이었다. 미국정부야 우물쭈물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정부는 처음부터 단호한 태도로 나왔어야 했다. 최소한 동티모르 파병의 단호함은 보였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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