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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K(36)씨는 최근 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구입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당초 현대차의 신형 싼타페(SLX 최고급형)를 구입할 생각이었지만 막상 차를 사겠다고 결심하고 가격비교를 해보니 옵션이 비슷한 동급 일제차인 혼다 CR-V가 풀옵션을 달고도 200만원가량 저렴했기 때문이다. CR-V는 혼다의 특판전략에 따라 특별소비세 환원 이전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2,990만원(2륜 구동 기준)인 반면 싼타페 SLX 최고급형(〃)은 특소세가 그대로 반영돼 3,191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가격경쟁력 생겼다’ 공세 강화=K씨는 결국 CR-V를 구입했다. “CR-V는 경유가 아닌 휘발유차라는 점이 걸렸지만 리터당 연비나 정숙성이 좋아 고민 끝에 선택하게 됐다”고 K씨는 설명했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일본 수입차들이 슬금슬금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일제 승용차는 총 748대로 같은 기간 중 국내 최대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 판매량(4,461대)의 16.8%선까지 추격해왔다. 혼다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수입차 업체들은 본사에 3~6개월가량 미리 자동차 물량 주문을 내는데 올해에는 엔저 무드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앞으로 기대되는 비용절감분까지 미리 당겨 집행해 대대적인 특판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자동차뿐 아니라 일본 전자제품 역시 최근 우리나라 내수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모습이 완연하다. 소니코리아는 최근 자사의 최신형 PDP-TV인 ‘브라비아 R’ 시리즈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50인치는 550만원, 60인치는 650만원에 판매를 개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50인치급 PDP TV가 530만~630만원선인 점을 감안한다면 가격경쟁 면에서는 수입제품과 국산제품의 가격격차가 사라진 셈이다. 이밖에도 샤프전자와 JVC 등 일본의 주요 가전 업체들은 물론이고 후지제록스 등 사무기기 업체들까지도 올해 한국시장에서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펴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 ◇넋 놓고 있다간 순식간에 역전=일본산 제품의 공세에 국산 자동차 및 전자제품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 대형 자동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은 일반 세단은 물론이고 스포츠카와 레저용 차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과 높은 지명도를 갖추고 있는 상황인데 가격경쟁력 부문에서까지 국산차를 추격해올 경우 내수시장에서 국산차의 입지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도 “백색가전은 라이프스타일 등의 차이 덕분에 아직 국산제품이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문화적 차이가 적은 TVㆍ오디오ㆍPC 등은 엔저 효과로 인해 일본제에 비해 열세에 놓일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자칫하다간 이제 겨우 우위를 점하던 대일 경쟁력이 한순간 물거품으로 돌아설지도 모른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엔저 기조가 장기화될 조짐이어서 한국 가전제품 못지않은 가격 수준에 높은 품질의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제품과의 시장경쟁에서 확실한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환율 불안은 일시적인 악재가 아니라 상시적으로 닥쳐올 수 있는 변수이므로 엔저 무드와 같은 악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내 업체들이 보다 국내 및 해외 시장별로 현지화된 디자인과 신기술의 제품을 내놓고 사후 서비스 품질을 강화해 대비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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