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케이블 TV, 지상파 향한 '거침없는 하이킥' CJ미디어 등 물량 투입 자체 콘텐츠 제작 팔걷어… 이상훈 기자 flat@sed.co.kr 관련기사 그림이 있는 공간의 풍요 "숨은 작품 발굴 나설 것" 좋은 그림 싸게 사는 법 [리빙 앤 조이 기사 보기] 피부관리 자외선 차단·보습이 우선 익숙산 코미디 스타에 의존 '못말리는 결혼' 와타나베 켄 주연 '내일의 기억' 케이블 TV, 지상파 향한 '거침없는 하이킥' 佛 여배우, 20여년간 1만 6,000명과 관계 케이블TV가 국내에 선보인 지도 12년. 한 때는 흘러간 지상파 드라마나 줄창 틀어대며 ‘지상파의 무덤’으로 전락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얘기가 다르다. 온미디어와 CJ미디어 등 대기업 복수채널사업자(MPP)들이 대규모 자본 투입에 나서며 바야흐로 ‘케이블 자체 콘텐츠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 케이블만의 자체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시청자들도 20번 밑 채널번호를 누르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웬만큼 홍보가 잘 되고 볼 만한 프로그램은 케이블TV ‘마의 시청률’이라는 2%도 어렵지 않게 넘긴다. ‘선정적’ ‘자극적’이라는 일부의 비판은 끊이지 않지만 케이블은 이제 ‘케이블만의 방식’을 서서히 정립해 가며 시청자들과의 꾸준한 소통을 기대하고 있다. ◇자체 제작물 ‘낯설지 않아’=사실 케이블TV가 애초부터 ‘지상파의 무덤’은 아니었다. 95년 국내에 케이블TV가 시작되면서 동시에 선을 보인 40여개 채널들은 경쟁적으로 자체 제작 프로그램으로 승부했다. 많은 PP들은 삼성, 현대, 대우 등 재벌을 모기업으로 두며 자체 프로그램 제작에 여념이 없었다. 수십 년간 방송이라곤 지상파 3사밖에 없었던 시절, ‘방송국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웠던 시절이었다. 수익? 살다 보면 언젠간 생기겠거니 했다. 98년 온 나라에 외환위기가 닥쳤다. 케이블에도 구조조정의 칼바람은 예외가 아니었다. 케이블의 버팀목이었던 대기업들은 방송 사업을 접거나 아예 망해 버렸다. 고만고만한 영세PP들은 지상파의 흘러간 프로그램을 싼 값에 사서 끝도 없이 틀었다. 물론 흘러간 옛 드라마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러나 비싼 돈 들여 프로그램 만드는 업자는 바보로 통하기 시작했다. 외환 위기가 잠잠해지면서 대기업의 진출은 다시 시작됐다. ‘폼 한번 내보려는’ 방송사업이 아닌 ‘미디어 왕국’을 꿈꾸는 대기업들이 케이블에 진출했다. 주인공은 오리온과 CJ. 2000년대 들어 영화, 여성, 게임 등 ‘돈이 되는’ 모든 장르의 채널을 인수하거나 새로 만들었다. 2007년 현재 오리온이 13개, CJ가 12개 채널을 갖게 됐다. 두 회사가 자체 제작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 수 년간 이른바 ‘제작채널’이 아닌 ‘유통채널’로, ‘섹스 앤 더 시티’ ‘CSI’ ‘로스트’등 해외 유명 영화ㆍ드라마를 틀면서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자신만의 콘텐츠’ 없이는 험난한 미디어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지상파? 이젠 밀리지 않아’=국내 최대 MPP 온미디어는 2004년 ‘동상이몽’을 시작으로 ‘코마’ ‘가족연애사’ ‘시리즈 다세포소녀’ ‘썸데이’ 등 자체 TV영화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만화 채널 투니버스에서도 어린이 드라마 ‘에일리언 샘’을 방영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 새단장을 한 채널 ‘스토리온’은 ‘박철쇼’라는 토크쇼로 왕년의 지상파 토크왕 박 철을 케이블로 끌어 들였다. 오는 18일부터 OCN은 자체 제작물 ‘키드갱’을 선보인다. 조폭이 젖먹이 아이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코믹 해프닝을 그린다. 16부작에 제작비만 40억원. 제작비만 놓고 보면 웬만한 지상파 미니시리즈 수준을 넘어섰고 완성도 또한 지상파와 견줘도 별반 손색이 없다. 온미디어 측은 “지금까지의 케이블 자체 제작물 가운데 완성도가 가장 뛰어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온미디어는 지난해 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확보한 자금 대부분을 콘텐츠 제작에 투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13개 채널을 가진 ‘케이블의 왕’으로서 아직도 해외 콘텐츠를 대체할 ‘양적 성장’을 쉽게 이뤄내고 있지 않다는 건 고민거리다. CJ미디어는 자체 제작에 있어서는 온미디어 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부한다. CJ미디어의 모(母)채널인 엠넷(음악채널) 특성상 마땅히 프로그램을 사 올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체 제작에 관한 한 국내 케이블 가운데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CJ. 지난해 버라이어티 오락 채널 tvN을 야심차게 런칭하면서 ‘케이블의 정의를 다시 쓰겠다’고 공언했다. tvN의 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다. 개국 당일부터 특집쇼에서 엄정화가 란제리 패션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깜짝 놀래켰다. ‘신동엽의 예스or노’ ‘로맨스 헌터’ ‘현장르포 스캔들’ ‘tvNgel’ 등 자제 제작 프로그램들은 숱한 선정성 논란 속에서도 회당 시청률 2% 안팎을 넘나들며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이들 두 회사의 자체 제작은 국내 방송계에 ‘지상파와 대결할 상대가 나타났다’는 새로운 화두를 던져준다. 영화, 바둑, 골프 등 이른바 틈새 시장이 아닌, 지상파가 수십 년간 헤게모니를 장악해 온 드라마ㆍ오락 장르에서 살아 남았다는 자체가 케이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케이블의 숙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자극적, 선정적 프로그램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그런 콘텐츠를 원하는 시청자가 있다면 그들의 시청 욕구를 채워 주려는 시장의 논리를 ‘방송의 공공성’으로 외면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케이블이 ‘지상파와 다르다’는 전략으로 시청자들을 케이블 앞에 앉혀 놓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부턴 지상파와 ‘무엇이 다른지’를 보여줘야 할 때다. 그 ‘무엇’이 단지 선정적인 데 머무른다면 시청자들의 호기심은 언제든 불쾌감으로 변할 수 있다. 시청자의 열띤 호기심을 끝간데 없는 자극이 아닌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채워주는 일. 21세기 케이블 자체 제작 전성시대에 풀어야 할 과제다. 입력시간 : 2007/05/09 11:28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