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LS가 대체 뭐에요? 원자재에 투자하는 상품이라고 하던데…” 심예현 삼성증권 강남대로지점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고객들로부터 이런 질문을자주 받는다. 심 PB는 고객에게 DLS 상품의 수익구조와 기초자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만 “잘 알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고객은 별로 없다. 그는 “DLS 상품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투자자가 드물다”면서 “DLS의 기초자산이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없는 원자재나 유가와 관련된 지수(인덱스)로 구성된 데다 상품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DLS시장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DLS를 주요한 헤지(방어) 수단으로 활용할 만 하다고 입을 모은다. DLS는 최근처럼 증시가 조정을 보이면서 투자 수익을 올리기 어려울 때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안병원 삼성증권 상품개발팀 과장은 “주가가 박스권에 머물게 되면 DLS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것 같다”며 “보다 다양한 투자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말 DLS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 ◇DLS는 ELS와 비슷해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경험을 갖고 있다면 DLS에 대해 반쯤 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ELS는 코스피200과 같은 주가지수나 삼성전자ㆍ포스코 등 개별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가입 당시 설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일 때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상품이다. 마찬가지로 DLS는 신용ㆍ금리ㆍ원자재 및 농산물(상품)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수익을 결정하는 구조를 취한다. 동부증권은 지난 주 설탕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원금보장형 DLS를 발행했다. 이 상품은 가입 당시의 설탕 기준가격이 90~140% 이내에서만 움직일 경우 상승률에 10%포인트를 더 얹어 고객에게 돌려준다. 이 기간 동안 설탕 값이 40%가 오를 경우 투자자는 50%의 수익률을 거두게 된다. 만일 40% 이상 값이 뛸 경우에는 원금의 106%만 돌려받게 되고, 10% 이상 하락하더라도 원금은 보장받는다. 원자재ㆍ농산물 등과 같은 ‘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의 구조도 이와 유사하다. 설탕 대신 구리나 천연가스, 원유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으면서 가격 변동폭과 원금보장 여부, 가격 제한폭을 넘어섰을 때 지급하는 수익금 등에 약간의 변화를 줄 뿐이다. 한편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의 경우 구조가 조금 다르다.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의 경우 가입할 때 금리 구간을 먼저 설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금리가 3~4%일 경우 이 상품의 만기일까지 CD금리가 해당 구간 안에 있는 날짜만큼 수익을 거두게 된다. 따라서 금리가 해당 구간 안에 머무는 날이 많으면 많을 수록 투자자가 높은 수익률을 얻게 된다. 이밖에 일정 기간 내에 기업의 부도와 같은 ‘신용’에 큰 문제를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때 수익을 얻는 DLS, 금리ㆍ환율ㆍ신용ㆍ상품을 복합적으로 구성한 DLS 등도 등장하고 있다. ◇‘금리’ 및 ‘실물자산’ DLS, 크게 늘어날 듯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달 DLS발행 건수는 모두 64건으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33건)은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설계됐다. 신용위험은 10건이었고, ▦실물자산(상품) 8건 ▦기타 13건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금리’와 ‘실물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신용’과 ‘복합’ DLS 발행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환 현대증권 SP부 과장은 “지난 달 CD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 공모에서 100억원을 목표로 했는데 8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며 “3개월짜리 단기 상품으로 은행금리보다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활발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원금보장형 DLS를 격주 단위로 내놓을 예정이다. 아직까지는 투자자들이 DLS에 대해 잘 모르는 만큼 관심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안정성을 강화한 금리관련 상품을 전략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유지헌 미래에셋증권 DP설계팀 부장은 “원자재ㆍ농산물 등 실물자산 위주로 DLS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별 금속이나 농산물 품목을 기초자산으로 할 경우 가격 변동이 심해 안정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주요 원자재와 농산물을 엮어 만든 주요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DLS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도 이번 주에 설탕 선물가격과 연동된 DLS를 출시할 예정이다. 안병원 과장은 “설탕 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수급을 고려할 때 앞으로 1년간은 여전히 투자 매력이 있다”며 “다만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하락위험을 고려해 원금보장형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용’과 ‘복합’ DLS는 점차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민환 과장은 “지난해의 경우 기업들의 부도 리스크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가 많았지만 기업실적이 크게 개선되자 이런 상품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복합 DLS의 경우 금리ㆍ환율ㆍ신용 등을 섞어 기초자산으로 만들다 보니 상품구조가 복잡해 일반 투자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확히’ 알고 ‘적정 규모로’ 투자해야 전문가들은 DLS 투자에 앞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기초자산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일부 원자재나 농산물의 경우 현재 시중 가격이 얼마인지도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LS는 기초자산이 되는 종목의 주가흐름을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을 통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반면 설탕가격 선물이나 주요 원자재관련 지수는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투자하고자 하는 DLS의 기초자산 가격이 최근 어떤 흐름을 보여왔고 어떤 뉴스나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생기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기초자산의 향후 가격 흐름에 대한 폭넓은 시각도 필요하다. 유지헌 부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러 정보를 토대로 해당 기초자산의 가격 움직임을 예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단순히 국내외 주요기관이 발표하는 시장전망에만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원자재와 농산물 같은 경우 시장 전망을 하는 주체(주로 투자은행)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더 좋게 평가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기본적인 수급과 시장상황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DLS에 대한 투자는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에 있어 ‘분산’과 ‘헤지’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고수익을 노리기보다는 안정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자산의 일부를 DLS에 투자할 때 효과가 크다고 분석됐다. 이중호 연구원은 “DLS는 기초자산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장기적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 투자자에 얼마나 쉽게 다가갈 지 ▦투자자의 전체 포트폴리오 안에서 DLS로 인한 리스크 경감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 지가 앞으로의 성장성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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