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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투기 세력에 대해 연일 강도 높은 규제를 내놓던 외환당국이 이번에는 '당근'을 들고나왔다. 외화예금을 늘릴수록 외환건전성부담금(은행세)을 줄여주기로 한 것이다. 외국환은행의 선물환포지션한도를 25% 축소하고 외국인 투자자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은 세 번째 대책이다.
외화예금은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에 이어 '제2의 외화안전판'이라 불린다. 해외차입이나 채권발행은 위기시 시장여건이 급격히 악화되고 외화자금이 급속히 유출되는 단점이 있지만 외화예금은 외화자금 조달원으로서의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부터 독려해온 외화예금 성적은 시원찮다. 지난해 말 299억달러 수준이던 외화예금은 지난 10월 말 현재 393만달러로 300만달러선에서 수개월째 정체된 상태다. 최근 원화강세로 달러화 인기가 떨어지면서 오히려 외화예금 규모는 20억달러 정도 쪼그라들었다. 한은의 외환보유액이 3,234억6,000만달러로 매월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가 대표적 외환시장 안정책인 '거시건전성 3종 세트'의 외환건전성부담금을 깎아주면서까지 외화예금 독려에 나선 것은 외화예금을 은행이 직접 늘리도록 동기를 주기 위해서다. 예금금리나 세제혜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환율 움직임에 따라 외화예금도 출렁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방어벽 역할을 기대하기도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정부가 외화예금에 대해 외환건전성부담금을 줄여주기로 하면서 은행들의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은행에 따라 많게는 30%, 평균으로는 10% 정도 부담금이 감면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 부과되는 연간 2억달러 규모의 부담금 중 약 2,000억달러를 감면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외환은행ㆍ우리은행ㆍ하나은행 등 외화예금이 많은 국내 은행과 외국계 은행은 감면 혜택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선물환포지션한도를 25% 축소한 데 이어 외환건전성부담금 제도까지 건드리면서 정부는 '거시건전성 3종 세트' 가운데 외국인 채권투자과세를 제외한 두 가지를 손본 셈이 됐다. 당초 외국환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할 경우 외환건전성부담금 요율의 상향 조정이 예상됐지만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음에 따라 부담금이 당장 오를 가능성은 낮아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선물환포지션한도 축소에 따른 효과를 본 만큼 앞으로 시장상황을 봐가면서 4탄ㆍ5탄의 시점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한국과 중국의 통화스와프 자금 64조원(3,600억위안)을 무역결제에 활용하는 방안을 연내에 마련하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한중 통화스와프 자금을 국내 기업의 위안화 무역결제와 중국 기업의 원화 무역결제에 활용해보고 효과가 있다면 오는 2015년 만기에 통화스와프를 연장하면서 안정적인 방어막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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