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문을 연 코엑스몰은 당시만 해도 '문화 충격'이었다. 300개에 육박하는 의류ㆍ잡화점과 식음료 매장, 멀티플렉스 극장, 대형 서점에 수족관까지 들어선 대형 복합 쇼핑몰이 국내에는 전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3년 동안 가로수길, 상수동, 교외 아웃렛 등에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생겨나면서 코엑스몰도 새로운 정체성이 필요하게 됐다. 코엑스몰 운영을 맡은 한국무역협회에서 이곳을 '종합 컬처 플랫폼'으로 재탄생시키려는 이유다.
김무한 한국무역협회 전무는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코엑스몰을 비즈니스와 쇼핑ㆍ관광이 어우러진 종합 컬처 플랫폼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타깃 방문객을 바꿨다. 현재의 코엑스몰이 10대ㆍ20대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라면 새로운 코엑스몰은 좀 더 소비력이 있는 20ㆍ30대와 가족 방문객들을 겨냥한다.
이와 함께 놀이와 쇼핑에 문화까지 코엑스몰에 더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이전까지는 삼성역과 연결되는 '밀레니엄 광장'에서만 공연 등의 이벤트가 가능했지만 푸드코트로 활용되던 센트럴플라자와 동측 공간 등도 리모델링을 거쳐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공간으로 거듭난다. 330㎡ 규모의 '키즈라운지'도 새로 만들어진다.
이 밖에 에스컬레이터 옆 자투리 공간 등에는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미니 도서관' '키즈 주크박스' 등이 마련된다. 유아휴게실이나 유모차 대여소 수도 늘리고 아셈광장에서는 '어린이 벼룩시장' 등의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아를 찾아주거나 토이 유모차 등을 대여해주는 '패밀리 컨시어지 서비스'도 도입된다. 이재출 무역협회 경영관리본부장은 "가족친화형 공간이 전체 코엑스몰 면적의 37%를 차지할 예정"이라며 "언제라도 코엑스몰만 가면 새로운 재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코엑스몰은 중소기업ㆍ소상공인들을 배려해 입점 점포를 구성하기로 했다. 우선 기존 점포 중 94곳은 기존 임차인만을 위해 마련된 특별입찰을 통해 재입점하게 된다. 특별입찰을 통해 재입점하는 기존 임차인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영화관ㆍ아쿠아리움과 2014년 개통 예정인 지하철 9호선 연결통로에 인접한 점포를 배정 받는다.
총 210곳의 기존 점포 중 특별입찰에 참여한 곳은 151곳으로 경쟁입찰에 떨어지더라도 신규 임차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입찰(100여개 점포)에 참가할 수 있다. 코엑스몰 측은 일반입찰 과정의 최종심사에서 기존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의 조건이 비슷할 경우 기존 임차인을 우대할 계획이다.
이 밖에 방문객 유치에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매장 60~70여곳은 외부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새로 선정하게 된다. 김 전무는 "일각에서 명품, 외국 브랜드 위주로 입점시킬 것이란 얘기도 돌았지만 그럴 계획이 없다"며 "국내 중소기업ㆍ소상공인들이 성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1차 리모델링 구역은 내년 3월, 2차 구역은 내년 말에 영업을 재개한다. 현재 코엑스몰의 연 유동인구는 4,000만여명이며 연수익은 300억원 규모다. 무역협회는 2015년부터 코엑스몰에서 발생하는 연수익이 1.5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