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가 인정한 한국 기술력으로 '초대박'
특급보안속 연 5000톤 생산 "듀폰 견제 넘자" 노사 구슬땀■ 코오롱 구미 아라미드 공장을 가다30여년 개발한 생산기술 집적 "대한민국 섬유산업 미래" 자부듀폰 제소에도 해외 주문 쇄도
구미=김흥록기자 rok@sed.co.kr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 직원이 생산된 아라미드 섬유 '헤라크론'의 원사를 검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코오롱인더스트리
한여름 폭염 속에 찾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구미 아라미드 공장. 카메라 봉쇄 및 신분확인 등 4단계의 철두철미한 보안절차를 거치고 공장 4층에 들어서자 쌀알 같은 형광색의 소재가 거대한 설비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실을 뽑는 데 쓰이는 중간소재 '폴리머'였다. 설비를 따라 흘러간 폴리머는 방사공정이 있는 공장 2층에 이르자 비로소 실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여러 개의 실타래가 달린 와인더(winder)가 길게 뽑힌 가느다란 실들을 빠르게 감아냈다. 이 실은 바로 꿈의 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다. 코오롱은 '헤라크론'이라는 이름으로 생산하고 있다.
코오롱의 구미 아라미드 공장은 겉보기에는 여느 섬유 생산공장과 다를 바 없어보이지만 회사 내부에서도 극소수만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다. 코오롱이 지난 1979년 이후 회사의 명운을 걸고 30여년에 걸쳐 개발한 아라미드 생산기술이 집적된 곳이기 때문이다.
아라미드는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강철의 3배 강도와 500도의 내열성을 지닌 섬유다. 방탄복이나 자동차ㆍ우주항공ㆍ의료ㆍ케이블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미래 소재로 각광 받고 있다. 코오롱은 현재 구미 공장에서 연간 5,000톤의 아라미드를 생산하고 있다. 세계 수요의 약 10% 수준이다.
지난 17일에 만난 이 공장에서 만난 이해운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구미 공장장)는 "코오롱은 2006년 세계 세 번째로 제품을 양산하며 미국의 듀폰과 일본의 데이진이 양분하던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아라미드 섬유는 코오롱뿐 아니라 대한민국 섬유산업의 미래"라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코오롱은 그러나 아라미드의 성장성에도 불구하고 2009년 이후 구미 헤라크론 공장 증설을 중단했다. 아라미드 시장의 약 50%를 차지하는 1위 기업 듀폰이 미국법원에 코오롱을 대상으로 영업비밀 침해 민사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코오롱이 제품을 양산하면서 듀폰의 전직원에게 컨설팅을 받으며 영업비밀을 가로챘다는 내용이다. 코오롱 측은 아라미드 시장에 신규 진출한 코오롱을 배제하기 위한 다년간의 행위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미국 동부법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코오롱이 듀폰에 약 9억달러, 한화로 약 1조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전무는 "선발업체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견제로 사업전개에 다소 애로사항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은 지난해 판결 당시 즉각 항소 계획을 밝혔다. 듀폰의 영업비밀은 이미 일반에 공개된데다 손해배상액 기준도 잘못됐다는 게 코오롱의 입장이다.
코오롱 노동조합 역시 듀폰의 견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홍열 노조위원장은 "노사가 화합하며 최근 몇 년간 1조원 수준이던 매출을 4조원까지 끌어올린 와중에 듀폰이 소송을 제기했다"며 "회사의 발전이 달린 만큼 노조도 힘을 합칠 것"이라고 의지를 표했다.
다행히 해외 바이어들의 주문은 이어지고 있다. 최강열 생산부장은 "소송 직후 제품 주문을 할 때 바이어들이 과연 사도 될지 우려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우려도 거의 없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코오롱은 구미공장에서 생산한 아라미드의 90%를 수출하고 있다.
코오롱은 듀폰과의 소송이 정리되는 대로 해외 수요에 맞춰 증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의 생산공장 바로 옆에 부지를 확보해뒀다. 이 전무는 "소송이 끝나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을 2배 이상 키워야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아라미드 기술로 우리의 군사, 산업 분야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